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의 시 149
허연 지음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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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둡고, 무겁다. 시집을 읽는 내내  삶에 대해 거부감 가득한 작가의 눈빛이 거북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알게되었다. 허연님의 시선은 음울한 부정이라기 보다 속세를 벗어난 듯 하지만 더욱더 처절하리만큼

현실을 겪은 후에 발산해 내는 허무함과 초탈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15p)

불빛이 철없는 음유시인의 장난이라고 하는 것처럼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 속에는 아름답고자 하는 나만 안타깝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다.

'원래 일어날 일들이었습니다.'(18p) 

항상 우연처럼, 우연을 가장해 나타나는 세상만사의 일들은 그 어떤 높은 분이 점지해 놓은듯 나에게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는, 지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난다는 초월함이 보인다.

'죄와 어울리는 나이'(24p)

진실을 말하지만 진실로 믿어주지 않고, 거짓을 말하지만 진실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삐뚤어진 세상에 나도 같이 삐뚤어진다.

'사람들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들의 주변부에서 내가 산다. 지리멸렬해졌다. 늘 작년 이맘때쯤처럼 나는'(38p)

산다는 건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나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변의 이렇다할 요소들,,, 그러나 그런 것들도 난 지루하고, 딱히 나에게 절대적이지 않다. 돈이 많은 자에게 돈은 장난감이듯, 집을 가진 자에게 집은 그냥 자신의 물건이듯,, 그 누군가에겐 숨막히도록 필요하고 처절하리만큼 갈구하는 대상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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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연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가 함축적이기에, 직접화법이 아닌 간접화법이 통하는 유일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나에게 말하고 싶던 것은 삶은,,, 무겁지만,,, 살만한 곳이라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슬픈 빙하기'에 '나쁜 소년'이 서 있을 수 있으니까,,, 나도 시를 통해 느끼는 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둡기도, 밝기도, 무겁기도, 가볍기도,,, 나를 쥐락펴락 하는 세상 속에 발버둥치며 우두커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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