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작두를 내려라-"의 판관 포청천에 대한 추억시 새롯새록 떠오른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연유로 용작두, 호작두, 개작두를 받으며 세상을 등져야 했다. 이 '법정의 역사'는 작게는 판관 포청천에서 이뤄졌던 많은 판결과 그 관계자들의 입장을 넓게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법정의 새로운 면면을 알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법원이라는 법적 판결의 장소가 자리 잡기 까지의 역사와, 재판관,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소송 당사자의 각 입장을 알아 볼 수 있다.
 

   재판관은 사회적 불공정의 표상이거나 혹은 고도의 전문직이었다. 육체적 시험을 통해 약자를 가리던 재판과  일각수를 통해, 혹은 강물과 인간의 밀도차를 이용하여 의미를 부여했던 신탁재판에서는 객관적인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는 면에서 재판관은 세속의 권력과 부정행위 등의 부조리의 표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왕정 시대에 커크 대법관이 제임스 1세에게 말했듯이 한 사람이  자격을 갖춘 법관이 되기까지 반드시 전문적인 법률 훈련과 오랜 기간의 실무 경험을 거쳐야 한다(138p)는 의미에서 어떠한 범인도 쉽게 내다 볼 수 없는 신성한 자리이다.

  소송 당사자는 또 다른 측면이다. "동물 역시 선악을 구별할 수 있으며, 말이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지혜와 변별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동물이 잘못을 범하면 마땅히 공정한 심판을 받고 법정이 내리는 징벌을 받아야한다."(263~264p) 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에는 동물 또한 피소의 대상이었고, 그 주인들이 집행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현대의 생각으로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었다. 위에서 언급한 재판관이나 소송 당사자 이외에도 검찰, 변호인, 그리고 법정의 모습, 법복, 법봉의 역사까지 실 사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뒤쪽으로 갈 수록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세기의 재판들을 속속들히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법률역사에 이정표를 찍고 사회를 법치가 살아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던 그 노력과 흑인 재판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심슨재판이 왜 아직도 회자되고 그 법문이 논란이 되었는지의 여부는 책 뒷면을 덮으면서 깨닭게 된다.

  '법정의 역사'를 통해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였던 법이 조금은 친숙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좌중을 휘어잡으며 유죄를 무죄로 바꾸는 변호사라는 매력적 직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본인은 저자 황밍허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중국의 법계를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자 이 책을 지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의 법률 체계를 비교 하며 선별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법쪽 관련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 한국 내에서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유무를 뒤로 하고라도 자국의 법률을, 멀리 나아가 자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건을 정리할 수 있는 저자가 부럽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인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내비쳐 본다.  마지막으로  유명한 법정 영화 '12 Angry Men'에서 나왔던 한 토막을 통해 수많은 법정에서 해결 할 수 없는,,, 이 책에서도 물음표를 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법과 인간이라는 딜레마를 음미해 보려고 한다.

 

                      무죄를 주장하는 배심원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당신이 피고라면?'

         유죄를 주장하는 배심원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죽은 사람이 당신의 아버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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