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 나, 지안 세 사람이 있다. '나'는 매표소 직원이다. '삶의 목적지를 가지고 싶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p.26)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배신당해 파혼을 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그러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열차기관사 '구'를 만났다. 아홉시간씩 화물 열차를 운전하며 '아무 곳에서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볼일을 볼 수 있는 체질로 바뀌어'(p.11)가던 그를 만나 믿음이라는 걸 회복하려는 즈음 나의 연애가 끝났다. 구에게는 현재 '지안'이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동물애호가는 아니지만 엄마친구의 애견숍에서 일하는 그녀는 결혼해서 살림하며,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을 쓰는 게 꿈이다.


셋은 구의 고양이, '미래'의 장례식에서 만났다. 파혼으로 과거와 미래까지 도난당한 듯했던 나는, 미래를 돌보는 구를 보며 '믿음이니 신뢰니 하는 말'에 마음이 환해지기도(p.14) 한다. 구는 편안함과 속상함, 기쁨 같은 감정도 모두 미래를 통해 느낀다며 '미래를 안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p.21)고 말한다. 지안은 미래를 부르며 집안으로 들어서는 구의 얼굴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다정해 보여서 결혼하고 싶(p.27)어 했다. 고립된 듯 살아온 세 명이 '미래'를 매개로 세상에 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세 사람은 미래의 죽음으로 다시 세상이라는 원 밖에 선다. 주인공 나는 '왜 미래가 죽었을까'를 생각하며 '박제된 미래'를 그린다.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이 자신이 사랑한 개를 잊지 못해 박제해 놓았던 것. 나는 박제된 미래를 상상하며 '생명력이 없어서 가슴 아팠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암담했으며,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고자 하는 현실이 가여웠다'(p.22)고 생각한다. '미래(未來)' 없이 살아가는 껍데기 같은 삶, 작가는 그것을 생명력 없고 암담하며 가여운 삶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 이리라.


'미래'를 위해 모였고 '미래'가 없다는 점이 닮은 세 사람의 '미래'는 다소 다를 것 같다. 소설에서 주인공 나는 또 다른 '미래'를 알아본다. 입양기관을 통해서다. 미래를 똑 닮은 고양이를 입양해 미래라고 이름지을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둥근 원 안에 공간과 시간이 갇혀 있는 것'같고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미래인지 알 수 없다'(p.38)고 느낀다. 몽롱하지만 다소 달뜬 듯한 주인공의 마음이 전해진다.


2016년 문학나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박초이가 소설집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를 출간했다. 작가 박초이는 이번 소설집에서 고립과 소외를 중심으로 두 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에서 세상에서 고립된 세 명이 고양이 '미래'를 통해 '미래'를 꿈꾸는 모습을 그렸다면, <사소한 사실들>에서는 경제적으로 소외된 세 명이 '여행'이라는 목적을 위해 연대하며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두 작품의 설정은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다. 독자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홀로 시작하지만 결국 교감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는 '나'가 중요한 시대에 '함께'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의심은 <사소한 사실들>의 마지막 부분에서 확신을 얻는다. 뜬금없는 여행 제안에 당차게 거절할 줄 알았던 민이가 말한다. "아무튼 같이 해봐요."(p.77)라고. 주인공 나는 이 한마디에 '어쩌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머리를 맞대고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이것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함께하는 삶. 혼자라고 생각하는 누군가도 어쩌면 단순히 '같은 레인에 서 있는'(p.78) 다른 사람을 못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