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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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루먼 쇼>에서 주인공은 '프레임 속' 현실을 산다. 추락하는 조명으로 촉발된 '수상함'은 연일 계속되고, 그는 결국 '틀'을 벗어난다. 그럼 그에게 자신이 살았던 시간은 현실이었을까, 허구였을까? 백건우 작가의 단편집 <검은 고양이> 속 두 소설의 주인공들도 유사하다. 현실일까? 허구일까? 차이는 '답'의 유무 뿐이다.

첫번째 소설 <검은 고양이>는 그림 속 '검은 고양이'를 추적하다 만나게 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다. 제국주의 시대, 항일운동을 했던 광주보고 학생들이 만들었던 독서회 '호남서원'. 주인공은 길가에 초라하게 앉은 한 노인에게서 고양이 그림을 구매한다. 고양이 그림은 어느 순간 내게 '환영'으로 변신하고, 결국 주인공을 호남서원까지 이끈다. 또, 항일운동 당시의 학생들 중 유일한 생존자, 비전향 장기수에게도. 작가가 미스터리와 버무리려던 역사적 사실은 의외의 인물을 통해 쉽게 드러낸다. 반면, 항일을 끌어들인 '역사'와 '고양이' 사이의 연결고리는 끝까지 읽히지 않는다. '고양이'가 내뿜는 '신비로움'에 의지하려 했던 걸까? 문학평론가 임정균은 이를 두고 장르를 구현하기 위한 '미스터리적 장치'(p.73)고 말한다.

두번째 소설 <쥐의 미로>는 보다 파격적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CCTV 모니터링 업무를 한다. 그 또한 자신을 지켜보는 CCTV 밑에서, 누군가를 비추는 서른여섯개의 모니터를 하루에 열두시간씩 지켜본다. 다른 사람을 만나지도, 대화를 하지도 못한 채, 화면 속 인물의 표정을 수기로 기록하면서. 그는 자신의 집 어디선가, 모니터 속 여성에게서, 그리고 자신을 윽박지르는 김부장의 손에서 '쥐'를 본다. 여기서 앞 소설은 '고양이'와 중첩되는데, '쥐'는 보다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각 장면에서 등장하는 '쥐'가 '환영' 혹은 '진짜'인지 계속 묻게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공은 쥐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다. <트루먼 쇼>에 '조명'이 있었다면 <쥐의 미로> 주인공에게는 '쥐'가 주어진 셈이다.

결국 소설 <검은 고양이>는 '역사'의 사실과 허구를, <쥐의 미로>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인식'의 현실과 환상을 혼재시켜 '무엇이 진실일까?'를 지속적으로 묻게 한다. 임정균 문학평론가는 이것을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라고말한다. 그러면서 작품들이 내주지 않는 답에 대해 '진실을 향한 도정'은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결고 쉬운 일이 아니'(p.79)라며 편을 드는데, 내게 '진실'은 전자는 역사, 후자는 공포였을 뿐이다. 작가는 예전에 쓴 소설을 하드디스크에서 꺼내 내놓는다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고 싶다'(p.81)고 적었다. 작품들이 곧, 소설을 쓸 때의 자신의 가늠자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나에게는 고양이나 쥐와 같은 존재가 있을까? 나의 가늠자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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