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당 김어준 - 그 빛과 그림자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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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준만, 제목의 김어준. 정치색이 물씬 느껴질 것 같은 책이다. 강렬한 표지만큼 날카로운 시각이 가득할까? '김어준'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기대가 됐다. 김어준에 대한 관심은 우연히 들은 '보스' 강연에서 시작했다. 유럽 배낭여행 중 수중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보스 양복을 사입고 주늑들만한 상황에서 당당하게 행동했다는 얘기였다. 왜? 보스 양복을 입었으니까. 용감한 행동과 거침없는 결단력. 매력적이었다. 그의 방송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에 넘쳤다. 정치 현상을 이해하는 그의 사고력과 분석력 놀라웠다.

저자 강준만은 김어준의 이런 특징을 비판 포인트로 집어낸다. '확실히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 성향탓'이라는 것. 그렇다면 포털에 올라오는 기사들은 과연 균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싶다. 정치인을 비롯한 여타 공인들도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포털 기사들의 편향성과 김어준의 그것이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한쪽으로 쏠린 기사들 속에서 그 반대편의 유일한 목소리라는 점이 김어준 방송을 더 매력적으로 들리게 했다.

저자 강준만은 김어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해악과 위악'(p.32)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지독히 편파적'(p.34)이며 '민중이라는 단어의 중독성에 몸을 의탁한 사람이 듣기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 하는 방법으로 반지성주의에 기반해 지성인으로 지분을 획득'(p.48)하는 '진영 스피커'(p.61)라고. 그리고 그의 언변과 행동 등을 언급하며 다음 두 가지를 주요 흐름으로 끌고간다. 첫째, 김어준은 무조건 '민주당을 지지'한다. 둘째, 김어준은 '정치 무당'이다. 저자는 문재인 전 고문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보여준 김어준의 태도, 4.11 총선, 박원순 전 시장과 TBS 등이 '민주당 지지'의 근거로 본다. 비판적 뉘앙스가 명확한 이 부분은 의외로 '보수진영'에 김어준과 같은 '빅 마우스'가 없다는 한탄으로 결론맺는데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현 언론지형은 지극히 기울어진 운동장 아니었던가. 그 중 김어준은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저자는 정치를 다루는 전체 언론의 규모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규모에 더 무게를 더 둔다는 의미일까? 아니라면 '빅 마우스'라는 분석은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또 저자는 둘째 사안 - 정치 무당 - 에 대해서는 '팬덤'으로 규정한 추종 세력들과, 잔다르크처럼 딛고 일어서는 그의 생존력을 언급한다. 특히 저자가 김어준이 '정치를 돈벌이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소재로 활용'하면서 '자신의 권력까지 챙긴다는 점에서 뛰어난 정치무당'(p.161)이라고 평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저자는 "가세연 등 보수 유튜브 역시 극단적이고 원색적이라는 점은 같지만, 김씨는 어느 것이 선거법에 걸리는지 잘 알고, 채널에 따라 수위를 분별한다는 의미에서 비즈니스 맨"(p.160)이라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이재묵의 발언을 인용한다.

책은 김어준의 정치 평론/방송 역사부터 그의 정치 성향, 일반인을 넘어서 한국 정치에 끼친 영향력까지를 다룬다. 일종의 '김어준 분석서'인 셈이다. 저자는 이것을 각종 '인용'으로 설명한다. 인용의 범위는 딴지일보 부국장부터 국회의원들, 여론조사 업체, 소위 '개딸'로 표현되는 팬들까지 광범위하다. 인용은 객관적이지만 동시에 무책임하다. 남의 말을 빌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강준만 교수의 책에서 보여지는 특징으로 독자들에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책의 출판시점을 찾아봤다. 올 2월초였다. 서울시장의 소속 정당이 바뀌며 김어준은 TBS에서 하차 - 라고 하지만 퇴출 - 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보란듯이 부활했고 더욱 승승장구 하고 있다. 저자는 김어준의 정치성향, 표현방식을 비롯한 그 무엇에도 공감할 수 없지만, 그를 둘러싼 팬덤의 실체를 분석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때린데 또 때리는 심정으로 폭격하지만 일어서고 또 다시 일어서는, 활발히 증식하는 정치계의 아메바같은 김어준. 이 책을 보니 그를 지지하지 않는 쪽에서는 김어준이 '눈엣 가시'이자 '무시할 수 없는 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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