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타라 미치코 지음, 김지혜 옮김 / 더난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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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간단하지만 품격을 잃지 않는 한 끼 식사를 차리고, 내 몸이 할 수 있는 딱 그만큼만 움직인다. 천 조각을 이어붙여 시트를 만들거나, 길가에 핀 꽃을 창가를 들여놓으며 삶에 소소한 변화를 만들기도 한다. 가족들과는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지도 않게 적당하게 거리를 두고 지낸다. 재산은 애초에 모을 생각도 없기에 가족들이 놀러올 때마다 용돈으로 주어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 지금을 즐긴다. 

책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의 저자 '타라 미치코'씨의 삶이다. 그녀는 1934년 나가사키 원폭 투하 피해자 였지만 87년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낯을 가리는 성격에 집 꾸미기, 독서와 뜨개질, 그림 그리기, 화단 가꾸기 등을 좋아한다. 책은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을 담고있다.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나도 할 수 있는 일을 즐깁니다." (p.38)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질감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때로는 행복하고 즐겁지만 또 때로는 괴롭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 질감은 '삶에 대한 태도'가 결정하는 것 아닐까? 저자는 힘들었던 시절로 전쟁 당시와 그 후, 갓 결혼했을 때,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전처 사이의 딸을 데리고 살아야 했을 때를 떠올린다. 배를 곯았고,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또, 새 가족에 적응해야 했기에 난감했다고. 그러나 87년을 살아낸 현재, 자신은 늘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노력'하고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려 애썼기에 지금은 매일 밤 잠들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많이 가지지는 못해도 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p.186)

책에서 읽히는 그녀의 삶은 소소하고 정갈하다. 그 안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양, 적당한 거리, 잔잔한 리듬이 느껴진다. 재산에 대해서는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장사하는 부모님께 자란 저자는 '돈의 무서움'을 잘 알았다고 한다. 하여 절대 빚을 지지 않고 수중에 있는 돈으로 어떻게든 꾸려가자는 마음가짐을 고수했다고. 그 마음은 87세가 된 지금까지도 변함없다며 '빚지지 않는다. 재산도 지니지 않는다. 돈은 아이들 교육에 쓴다.'(p.187)는 자신의 신념을 들려준다. 

그녀의 삶이 한국 독자들에게까지 닿은 이유가 있다. 그녀의 유투브 채널 <Earth 할머니> 덕분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2020년 손자의 도움으로 우연히 유투브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15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녀의 영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밥을 해먹고 반찬을 담고 설거지 하는 모습, 자투리 천을 일자로 이어붙인 침대보가 있는 침대, 물 끓이는 주전자, 전화기에 올려둔 천 조각 하나 등이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위로와 감동을 받는다. 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도 살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저자의 모습이다. 책 <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은 뻔하지만 다채롭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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