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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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중략)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p.112)

소설 <완전한 행복>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행복'이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지점을 파고든다. 이야기는 오리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 유나와 그녀의 딸 지유, 그리고 지유의 아빠 서준영으로 시작한다. 악몽을 꾸는 듯한 지유에게 엄마는 그건 '꿈'이라고, '내일이면 잊혀질 일'이라고 말한다. 아빠는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도 애가 타는 듯 하다. 책은 각자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을 중구난방으로 보여준다. 생물선생 차은호는 아들 노아와 함께하는 삶을, 기자 서재인은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딸로, 서민영은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오빠 서준영의 동생으로. 무관했던 그들의 행복이 한 사람 앞에서 불행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작가 정유정은 소설 <완전한 행복>에 대해 '한 나르시시스트의 행복 강박과 어떤 사건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이야기'(p.521)라고 했다. 소설에서 그린 나르시시스트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행복'에 끼워맞춘다. 어쩌면 지극히 이기적이고, 어쩌면 너무나 전형적이다. 늘 사랑해주는 남편, 말 잘 듣는 아이, 나만 사랑해주는 부모님 등이다. 일종의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p.115)이 이 나르시시스트의 우주다.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행복이 가족들이나 지인들에 의해 충족되지 못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이를 바로잡으려 애쓰고 그 과정에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행복에 대한 가치가 너무 명확했던 나르시시스트는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늘 독자들을 힘들게 했다. 놀라운 몰입감으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면서도, 쉼없이 내달아치는 서스펜스와 악인의 우울한 아우라가 긴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빠르게 사건을 끌고나가는 필력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눈에, 생각에, 거슬리는 표현도 없이 술술 읽혔다. 또 <종의 기원>에서 '악'의 탄생을 설명하며, 언제 어디서나 악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경고했다면, 이번에는 '악'이 '가족'이라는 배경 속에서 어떻게 그 속성이 극대화 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끔찍하다. 상황을 모두 알고 있으나 부모의 말에 복종해야 하는 아이의 심경이 읽혀 마음이 찢어지고, 몸서리치도록 원망스럽지만 가족이기에 다시 늪으로 기어 들어가야 하는 언니의 처절함이 느껴져 독자를 우울하게 한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쉬지 않는 나르시시스트는 점점 더 주변인물들을 불행으로 끌어들일 뿐이다. 

작가는 언젠가부터 사회와 시대가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을 보였다고 지적한다. 자기애와 자존감이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나,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 또한 이상하다고. 또,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p.521) 즉, 개인은 개별적이면서 일부고, 독자적이면서 전체의 구성요소가 될 터다. 그런데 온 우주가 '나'라는 개별성에만 골몰한 나머지 또 다른 자아들에 대한 피해와 몰염치를 정당화시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책은 행복하게 또는 불행하게 끝맺는다. 각자의 가치가 다르기에 상황의 종결은 누군가에게 행복이 될 수도,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교훈이 있다면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얼마나 관여할 수 있는지, 보잘것 없어 보이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거대 태풍이 되어 내게 당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정좌하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서로가 서로에게 공기처럼 필수불가결한 관계로 존재한다. 책 <완전한 행복>은 그 사실을 인지시키는 무섭고도 슬픈, 잔인하고도 애처로운 정유정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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