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끼리야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당신의 그림책 7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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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고혜진'님의 새 책이다. 그림책 <곰 아저씨의 선물>, <행복한 여우>, <어느 여름날> 등으로 한국 안데르센상 창작 동화 은상을 수상하고,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었던 작가는 새로운 그림책 <나는 코끼리야>로 돌아왔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공감하고 싶다'는 작가는 이번 책에서 코끼리에게 주목했다.


'나는 코끼리야'로 시작한 이야기는 "~는 못해도 ~는 할 수 있어."를 반복한다. 예를 들어, 용감하진 못했도 큰 강/작은 숲 어디든 갈 수 있고, 빨리 달리진 못해도 먼 여행을 떠날 수 있고, 긴 코로 그림을 그리진 못해도 싸울 수 있다는 식이다. 두 쪽에 해당하는 큰 그림에 자그마한 한 문장으로 놓여있는 이 표현들은 인류가 코끼리에게 기대하는 바와 코끼리의 자연적 본성 사이의 괴리를 느끼게 한다. 용감하기, 빨리 달리기, 코를 이용해 그림그리기를 보면서 휴양지에서 사람을 타고 쉼없이 걸어야만 하는 코끼리가 떠올랐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이런 생각들은 전적으로 "~는 할 수 있어" 부분을 묘사한 작가의 그림을 보며 더욱 극대화 된다. 그림 속 코끼리들은 무리들과 함께 늪지대를 건너고, 평화롭게 여행하며, 긴 코로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함께한다. 이 책을 그림책 우수작으로 선정했다는 웅진주니어가 '그림으로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코끼리 무리를 보여 주면서 글로는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코끼리로 풀어냈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는 심사평을 내놓았다는 부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코끼리를 비롯한 모든 생물들도, 하물며 인간에게도 '기대되는'는 부분(이상)과 '존재가 실제로 바라는' 부분(현실)이 다를 것이다. 조직이 직장인 한 사람에게 조직에 대한 헌신을 기대하지만, 개인은 스스로의 자유를 갈망하는 것, 아내라는 위치에서 가족들에게 충실하길 기대하지만 가끔은 개인의 시간이 필요한 것 등이다. 어쩌면 그림책 <나는 코끼리야>는 코끼리 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그 간극에서 괴로워하기 보다, 본성에 충실하며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아닐까. 그래서 책의 마지막 "내가 보이지 않아도 걱정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 봐. 나는 코끼리야."하는 대목이 더 슬프게 와닿는다. 강렬한 색감으로 코끼리의 생태를 그린 그림책인데, 나의 존재 그 자체를, 삶의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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