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의 꽃 2 - 위대한 고구려의 전쟁
윤선미 지음 / 목선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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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기 고구려, 백제, 신라는 고구려/백제/일본과 신라/수(당)을 각각 한 축으로 하여 십자외교를 펼쳤다. 그후 신라와 당의 연합으로 백제가 멸망하고, 수 문제와 양제의 연속 공격에 대 고구려 또한 668년 멸망하고 만다. 수 양제와의 싸움에서 끝까지 버텨내며 싸웠던 이가 바로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장군이었다. 소설 <살수의 꽃 1,2>은 학창시절 국사책에서만 접했던 '을지문덕' 장군의 전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 땅에 남아 있는 고구려 유적지를 돌아보다가, 무심하게 방치되어 있는 우리 역사 앞에서 저자 윤선미는 '내 나라 역사를 지키지 못한다면 내 뿌리를 잃는 것이오, 미래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특히 고구려인의 기백과 호방한 천성을 통해 고조선 탄생의 이념, 더 나아가 한민족의 역사를 완전한 '우리의 것'(p.303)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단다. 그리고 많은 역사 인물 중 '숭앙하는 마음'으로 을지문덕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 <살수의 꽃 1,2>는 그 마음에서 시작해 8년의 시간동안 사료 분석과 고증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책 1권(을지문덕의 약조)은 '문덕'이라 불리던 소년의 탄생부터 '을문덕 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집도 가족도 빼앗긴 문덕의 어머니는 차디찬 폐가에서 문덕을 낳는다. '죽을 곳'이라 여겼던 곳은 '살아야만 하는 곳'이 되고, 그 안에서 필어난 생명은 국운의 횃불이 된다. 그의 경이로운 서사에 저자는 평강공주/온달장군의 이야기를 버무린다. 천민출신 온달을 사랑의 힘으로 장군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평강. 그녀는 소설에서 문덕의 기개와 용맹함을 알아보고, 그의 앞날을 인도한다. 문덕은 온달과 같은 천민 출신이나 이에 굴하지 않고 '태왕 폐하와의 약조를 반드시 지킨다'(p.84)는 일념으로 성장한다. 

책 2권(위대한 고구려의 전쟁)은 '을문덕 공'이 '을지문덕 장군'이 되어 전장을 누비는 모습이 그려진다. 수제 양견이 조공을 바치라는 요구를 해오고 고구려는 이에 대항한다. 수는 113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로 진격하고, 이때 을지문덕은 살수대첩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또, 2권에서는 을지문덕의 생애 중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그려진다. 수와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귀환하는 길에 들렸던 요동성에서 아버지 죽음의 원흉을 만나고, 문덕은 기억을 잃고만다. 4년. 자신이 을지문덕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한 명의 남자로만 살아갔던 4년. 그 사이 을지문덕의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을지문덕의 스승은 우경 선인이다. 우경의 부인은 녹족부인이었다." (p.304) 

을지문덕의 이야기를 준비하던 저자의 눈에 가장 띄었던 문장이라고 한다. 책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역사적 사실을 그럴듯하게 제시하기에 끊임없이 '사실일까?' 자문하게 된다. 특히, 을지문덕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삶을 지탱하게 하는 구원줄인 녹족부인이 그렇다. 안타깝게도 저자는 녹족부인 이야기가 '야담'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작가는 '영웅의 로맨스지만 결코 헐후하게 다룰 수 없었'고 '충분한 타당성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에서가 아닌, 실제 을지문덕에게 녹족부인과 같은 사람이 있진 않았을까. 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선미 저자는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을 다작한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극적으로 전개되는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글들은 자연스레 고구려의 전장을, 평강공주/온달장군의 모습을, 요동에서의 부침을, 아정(을지문덕의 아들)을 만나게 되는 감격을 상상하고 느끼게 한다. 비록 천민 신분이지만 한계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을지문덕의 생애는 독자들의 마음을 생동하게 한다. 무경계 세계에서 외교와 경제 등으로 구분되는 영역안에 살고있는 현생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지켜야 하리라. 괜시리 역사 공부가 하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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