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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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생물학자 고바야시 다케히코의 책 <생물은 왜 죽는가>를 읽었다. '생'을 연구하는 학자가 '죽음'을 이야기하다니. '유한성'을 나타내는 '죽음'은 과연 어떤 생물학적 의미를 갖을까? 저자는 「생물의 탄생 - 생물의 멸종 - 생물의 죽음 - 인간의 죽음 - 생물 죽음의 이유」로 그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책은 '생물학'의 특성으로 시작한다. 엉뚱하게도 저자는 폭이 30미터가 되는 거대 망원경 TMT(Thirty Meter Telescope), 항성 등 천문학 요소들을 언급한다. 이것은 천문학을 비롯한 물리학, 화학 등이 빅뱅에서 시작된 자연현상을 연구한다면, 생물학은 지구가, 그리고 생명이 생겨난 후의 학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저자가 명하는 '자연과학의 젊은피'라는 설명은 나를 웃게했다) 이후 논의는 자연스럽게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 "태양(항성, 스스로 빛을 발하는 별)과의 적당한 거리"(p.27)를 다룬다. '해비터블 존(생존가능영역)'이라 불리는 이 구역 안에서 생물의 재료인 유기물이 얼지도, 타버리지도 않을 만큼 알맞은 온도가 생명 탄생을 가능케 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환경이 만들어진 후에 RNA라는 단순 구조로 '자기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생명으로 발전했다고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멸종'은 어떠한가. 저자는 영장류를 예로 든다.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영장류 일부는 아프리카로 또 다른 일부는 남미로 나뉘어 진화했다. 이때 남미의 아마존 유역으로 간 영장류는 밀림 속에서 진화하며, 탄생시의 삶 - 나무 위 공간에서의 생활 - 을 유지하지만, 아프리카의 영장류는 밀림이 감소하며 땅으로 내려오게 되어 멸종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영장류는 '적응'을 하게 되고 땅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영리한 원숭이'가 되었다고. 이것은 저자가 말하는 '변화와 선택에 의한 진화'(p.100)로 설명된다. 결국 단순하게 시작된 생명이 환경에 의해 '변화와 선택'이 이뤄졌고, 결국 '다양성'을 높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멸종이 곧 탄생이고, 시작인 셈이다. 이것은 2장. 멸종의 키워드 '턴 오버(죽은 생물은 분해되고 돌고 돌아 새로운 생물의 재료)'와도 닿아있다.

이후 책은 '생물의 죽음'에서 저산소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벌거숭이두더지, '인간의 죽음'에서 DNA 합성의 정확성 등을 설명하며, 최종 결론 '생물 죽음의 이유'로 나아간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서는 안티에이징, 노화, 부모와 자식간의 유전 등 인간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믿음들의 생물학적 의미를 고찰하는 데, '소식'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흥미롭다. 보통 장수하려면 소식해야 한다고들 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활성산소'를 근거로 든다.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내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산물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활성 산소'로, 활성산소는 DNA나 단백질을 산화시켜 활동력을 떨어뜨린다. 즉,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면 활성산소의 양이 줄어 수명이 늘어난다'(p.239)는 설명이다. 

디옥시리보오스, 핵산 구조를 비롯해 염기서열, 진화와 소멸 등 소싯적 흥미롭게 보았던 개념들을 다시 접했다. 저자 고바야시 다케히코는 '죽음'과 관련된 여러 개념들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한다. (책에는 여러 생물분자구조와 이론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러나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탄생-멸종-죽음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지식들을 이어주는 느낌이다. 굉장히 오랜만에 공부를 한 기분이랄까? '죽음'은 접근하기 어렵고 두렵기도 한 개념이다. 그러나 '죽음'이 곧 '생명의 씨앗'이고 이것이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자연법칙을 이해하니 무작정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생물의 기본적인 개념과 이론을 비롯해 멸종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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