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의 춤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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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봄이의 무단결석이 이어지고 있다. 반 아이들은 모두 봄이의 소식을 모르는 것 같다. 봄이의 담임, 전슬기 선생은 학교에서 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묻는 봄이 어머니에게 귀찮다는 듯 대답한다. “담임을 하다 보면 별의별 아이들을 다 봐요. 반에서 1등 하는 애도 어느 날 학교 오다 딴데로 새는 경우도 있어요.”(p.12) ‘그러니 성적도 신통찮은 봄이 같은 애는 학교에 안 올 이유가 충분하지요.’(p.13)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전슬기 선생은 자신의 책상에 놓인 종이 뭉치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반 아이들을 나타내는 번호와 놀라운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훈남 대학생 남친, 첫키스, 프라하, 고백.. 연애담을 늘어놓는 봄이와 이에 대해 여러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 10309 모범생 혜나, 10323 과거 따돌림 경험이 있는 수지, 10310 작가를 꿈꾸는 은성, 10327 반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 지윤 등. 이야기 속 아이들의 모습은 봄이의 무단결석을 믿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를 퍽 닮아있다.

매 작품마다 살아있는 인물들을 현실감있게 그려내는 이금이 작가의 2010년 작품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가 개정판 <마리오네트의 춤>으로 돌아왔다. ‘봄이가 결석한 지 나흘째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진실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 이금이 작가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봄이는 줄곧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지만, 친구들은 믿지 않는다. 뚱뚱하고 못생긴 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성적이 신통찮은 봄이의 무단결석은 별 일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태도처럼. 작가는 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진실은 찾지 않거나 보는 눈이 없는 사람에게는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리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이다.’(p.166)라고. 외모와 성적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봄이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의미일테다. 

책은 이야기(봄이의 무단결석) 속의 이야기(봄이의 연애), 또 그 안의 이야기(프라하에서의 경험)를 통해 ‘왜 아이들은 봄이를 믿지 못하는 걸까?’에 대한 답을 놓는 듯 하다. 어릴 적 함께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진하 오빠와 체코에서 해후하게 된 봄이. 한국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을 묻는 봄이에게 진하는 대답한다. “그냥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인생이 다 풀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마리오네트 같았던 거지.”(p.113) 그저 ‘좋은 성적’ ‘좋은 학교’만 강조하는 현실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앞으로를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며 꿈을 펼칠 아이들에게 '마리오네트'로 살아가게 만든다. ‘작가의 말’에서 이금이 작가는 ‘주도성’을 언급하며 이러한 현실과 부모들을 모두 비판한다. ‘말 잘 듣는 아이가 되기를 강요받으며 자란’ 청소년들이 인생의 ‘주도성’을 갖기란 쉽지 않고, 아이가 주도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더라도 부모들은 ‘모든 의사결정을 온전히 아이에게 맏기지 않는다’(p.170)면서. 

책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 봄이의 무단결석은 결국 ‘해방’으로 읽힌다.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친구들, 성적이 최고라는 선생님, 그 안에서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찾아 ‘학교’라는 틀을 벗어난 봄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봄이를 둘러싼 모든 이들도 ‘모두 사회가 만들어 놓은 통념의 덫에 갇힌 피해자’(p.167)라고 말한다. 우리는 결국 마음이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하고, 세상의 눈높이에 맞춰 살아가는 마리오네트 일 뿐인걸까? 줄을 끊어낼 방법은 없는걸까?.. 어두운 복도를 우울하게 걸어나가는 전슬기 선생님과 한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봄이의 뒷모습은 서로 대비된다. 책을 덮으며 독자들은 봄이의 자유로움과 행복을 바라게 된다. 아마도 이것은 ‘줄이 달려 조종당하는 마리오네트’가 아닌 ‘사람 그 자체’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 각자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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