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봄이의 무단결석이 이어지고 있다. 반 아이들은 모두 봄이의 소식을 모르는 것 같다. 봄이의 담임, 전슬기 선생은 학교에서 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묻는 봄이 어머니에게 귀찮다는 듯 대답한다. “담임을 하다 보면 별의별 아이들을 다 봐요. 반에서 1등 하는 애도 어느 날 학교 오다 딴데로 새는 경우도 있어요.”(p.12) ‘그러니 성적도 신통찮은 봄이 같은 애는 학교에 안 올 이유가 충분하지요.’(p.13)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전슬기 선생은 자신의 책상에 놓인 종이 뭉치를 발견한다. 그 안에는 반 아이들을 나타내는 번호와 놀라운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훈남 대학생 남친, 첫키스, 프라하, 고백.. 연애담을 늘어놓는 봄이와 이에 대해 여러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 10309 모범생 혜나, 10323 과거 따돌림 경험이 있는 수지, 10310 작가를 꿈꾸는 은성, 10327 반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 지윤 등. 이야기 속 아이들의 모습은 봄이의 무단결석을 믿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를 퍽 닮아있다.
매 작품마다 살아있는 인물들을 현실감있게 그려내는 이금이 작가의 2010년 작품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가 개정판 <마리오네트의 춤>으로 돌아왔다. ‘봄이가 결석한 지 나흘째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진실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 이금이 작가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봄이는 줄곧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지만, 친구들은 믿지 않는다. 뚱뚱하고 못생긴 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성적이 신통찮은 봄이의 무단결석은 별 일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태도처럼. 작가는 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진실은 찾지 않거나 보는 눈이 없는 사람에게는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리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이다.’(p.166)라고. 외모와 성적이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이 봄이의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의미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