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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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레기를 분리한다. 플라스틱, 종이, 스티로폼, 음식물 등을 해당 수거함에 나눠 담는 것으로 나의 몫은 끝난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어디로 갈까? 또 어떻게 처리될까? 회사에서는 경영평가 지표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따라 재생지와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과연 이런 활동들은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여러 궁금증에 답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책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을 읽었다.

우선 저자소개를 살펴보자. '미카엘라 르 뫼르'라는 이름의 저자는 프랑스 인류학박사라고 한다. 2011년부터 폐기물, 플라스틱 재료, 재활용에 대해 연구중이며 2019년에는 '베트남'을 '플라스틱 시티'로 명명한 논문을 썼다고 한다. 책은 저자가 베트남에 있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것들을 서술하는데, 특히 민 카이 마을에 집중한다. 저자는 이곳을 '컨테이너에 담긴 천 톤 분량의 쓰레기가 매일 해체되고 수공업 공장에서 가공'되며 '직업, 지위, 신분을 막론하고 수만 명의 사람이 이 작업에 동원'(p.21)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민 카이 마을에 ''재활용 신화'라 부르는 것이 구체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민 카이 마을 사람들은 온종일 쓰레기 - 일명 '쓰레기 산' - 를 헤집고 다닌다. 모든 쓰레기 분리와 재활용 과정에 '수작업은 필수'(p.63)기 때문이다. 보호장비나 안정장치는 없다. 맨 몸으로 누구는 신발을, 누구는 맨발로 쓰레기 산을 넘나든다. '설치류, 떠돌이 개, 바퀴벌레 등이 돌아다니는 컨테이너 안'(p.64)에서 뒤죽박죽 섞인 쓰레기를 정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분류된 쓰레기는 민 카이 공장으로 간다. 공장에서는 또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플라스틱을 머리 높이에 있는 분쇄기에 넣는다. 플라스틱 분쇄가 끝난 후, 불순물 제거와 사출기를 통한 용해 등이 진행된다. 민 카이 마을에서 쓰레기 재활용 사업은 '가족' 혹은 '전통 가계 사업'이라고 한다. 하여 '지위나 젠더에 따른 계층을 기준으로' 업무가 배정(p.65)된단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 안전하지 못한 일은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집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민 카이 마을에서 분리되고 가공된 재활용품들은 그럼 어떻게 될까? 저자는 (민 카이 마을이 아닌)누 꾸인 지역의 한 도로에서 어떤 남자를 만난다. 그는 유색 플라스틱 소재의 생활용품들을 팔고 있었고, 이것이 민 카이에서 만든 것인지 물어보자 "당연히 아니죠! 내가 파는 물건들은 품질이 좋다고요!"(p.72) 답했다고 한다. 이 반응을 근거로 저자는 민 카이 마을의 '재활용 플라스틱'이 판매에 도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극도로 제한된 판로를 갖는다'(p.73)고 말한다. 민 카이 마을로만 한정한다면, 재활용 문제는 안전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결국 내가 만든 쓰레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되어 '아주 운이 좋을 경우' 재활용되지만, 그 마저도 빛을 내지 못하고 '또 다른' 쓰레기로 전락할 뿐이라고 책은 말한다.

멀고도 가까운 이 베트남 마을에서 재료의 여정과 포장재, 비닐봉투 등 물건의 삶에 관한 나의 연구를 토대로 쓴 이 글을 통해 이곳과 다른 곳을 연결하고, 인간이든 아니든 우리가 다른 존재들과 멀고도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프롤로그 p.24)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연구를 토대로 쓴 글을 통해 모두가 '연결'되고 '관계' 맺는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전 세계의 쓰레기가 민 카이 마을에 수렴된다는 건 알았다. 그러나 그 쓰레기들이 발전해 서로가 '연결'되어 '관계맺기'까지 한다는 데는 사고가 미치지 못했다. 민 카이 마을에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일테다. 저자는 책에서 줄곧 '영국'과 '아일랜드'의 쓰레기를 집어서 예로든다. 그 많고 많은 쓰레기 중에 어떻게 두 나라의 쓰레기만 눈에 띄었을까? 국가 표식이 있었던걸까? (책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으므로 프랑스인으로서 갖는 일종의 감정은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것과 무관하게 만약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또 다시 다른 나라 혹은 영국/아일랜드로 흘러들어가는 시스템까지 짚어냈다면 어땠을까. 책의 부제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에 보다 더 부합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책은 아마도 저자가 하노이에 있던 시절의, 그러니까 논문을 쓰기 위해 모아뒀던 자료들의 모음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민 카이 마을 주민들을 몇 명과 나눈 이야기, 그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감상이 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르포(탐방기사) 카테고리에 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민 카이 마을 사진이 한장이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책을 통한 소득은 민 카이 마을의 존재, 그 주민들의 불편한 현실에 대한 자각 정도가 되겠다. 그렇다면 분리 수거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지금처럼 하면 되는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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