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의 다이어리
리처드 폴 에번스 지음, 이현숙 옮김 / 씨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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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악마가 엄마를 조종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엄마는 스푼이 부러질 때가지 매질을 멈추지 않았죠. 그러고 나서 여행 가방에 내 옷가지들을 꾹꾹 눌러 담더니 집 밖으로 끌고 나와서는 나더러 알아서 살 곳을 찾아보라고 말했어요.'(p.12)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콥이 회상하는 자신의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다. 어느 날, 제이콥은 어머니의 유언 집행인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께서 자신 앞으로 모든 걸 남기셨다고.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는 1997년부터 '크리스마스 상자 하우스 인터내셔널'을 설립하여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01년에는 소설 <크리스마스 상자>로 크리스마스 선물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배경의 <노엘의 다이어리>를 내놓았다. 작가 리처드 폴 에반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 어떤 날을 넘어설 수 없는 '가장 특별한 날'인걸까?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시니컬한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콥과 엄격한 몰몬교 집에 입양되어 자란 레이첼. 제이콥은 유언 집행인이 알려준 어머니의 집을 찾아 간다. 나는 어머니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어머니는 왜 나를 방치했을까,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제이콥은 그 집의 유품들을 정리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첼이 그 집을 방문한다. '30년 전에 어떤 젊은 여자가 이 집에서 살았는지'(p.96) 궁금하다면서. 그 집에는 제이콥의 가족 외 다른 누군가가 살았던 것이다. 책은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이콥이 어머니를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레이첼이 젊은 여자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크리마스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그 의미는 모두에게 다를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보내는 따뜻한 날, 이별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날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번에도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그려냈다. 제이콥, 레이첼 두 사람이 서로 만나기 전,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달랐을 뿐이다. 책에는 '은혜롭게'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고뇌의 순간마다 주인공들의 머리를 강타하는 '어떤 선언'처럼 그려지는데, 분명 예수님과 연관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깊이 새기기위한 장치일 것이다. 종교서적처럼 읽힐 수 있는 지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아빠 화장품을 바르고 소리지르는 케빈이 등장하는 영화 <나홀로 집에>가 떠오른다. 이 책도 그런 종류라고 할 수 있겠다. 남녀 주인공, 우연한 만남, 복잡한 과거, 아름다운 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다소 전형적인 소설로 읽힐 수 있지만 잔잔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읽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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