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공부 - 말투 하나로 적을 만들지 않는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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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박씨 성을 가진 백정이 있었다. 하루는 한 양반이 그 백정을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네 이놈, 상길아. 여기 고기 한 근만 가져오너라." 백정은 고기 한 근을 썰어 내준다. 잠시 후 다른 양반이 찾아와 말한다. "여보게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 갖다 주게." 백정은 먼저 번 양반의 것보다 크게 썬 고기를 그 양반에게 내주었다. 그것을 본 첫번째 양반이 화를 내며 말한다. "예끼, 이 놈아! 어찌하여 저 양반의 것은 크고 내 것은 이리도 작단 말이냐!" 그러자 백정이 웃으며 대답한다. "대감께서 사 가신 고기는 상길이가 드린 것이고, 저 분이 사 가신 고기는 박 서방이 드린 것이옵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변해도 '말'의 힘은 변하지 않는다. 책 <독서력>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말'에 관한 책 <어른의 말공부>로 돌아왔다. 교육학을 전공한 저자는 경영, 커뮤니케이션 등을 바탕으로 독서와 지식 등을 아우르는 책 <메모의 재발견> <내가 공부하는 이유> 등을 써왔다. 이번에는 '어른의 말'을 다룬다. "말하는 방식은 마음을 쓰는 방식과 같다. (p.6)"고 말하는 저자는 책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말하기, 갈등은 피하고 적을 만들지 않는 말하기, 타인을 성장시키는 말하기, 신뢰를 쌓는 말하기 등을 설명한다.

비즈니스 상황에 적용할 만한 사례가 꽤 있다. 첫째는 "단칼에 거절하지 않고 대안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p.68)"에 대한 것이다. 여러 명이 배석한 회의에서 논점이 흐려진 채 무의미하게 시간만 흐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은 대게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회의의 담당자는 이슈의 배경과 문제상황 그리고 적어도 1~2개, 많게는 3개까지의 대안을 제시한다. 문제는 그 대안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다. 회의 참석자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없이, 제시된 해결책들을 거절만 하다보니 시간이 흐르는 경우다. 담당자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둘째는 "문제점만을 '객관적이고 긍정적이며 구체적으로' 알려준다.(p.120)"이다. 신입사원이 팀에 들어올 때가 떠오른다. 면접에서 열정과 패기로 합격했던 사람들이 부서배치를 받은 후 단 일주일만에 자신감없이 위축된 모습을 자주본다. 사내 분위기나 시스템, 프로세스가 어색해서 그런경우도 있지만, 간혹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팀에서 특정 업무를 할당받고 팀 내 선배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것도 모르는 데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니?"라거나 "스스로 찾아서 해." 등의 대답을 들었을 때다. 용기를 내어 선배에게 물었지만 답은 커녕 모멸을 얻은 경우 그 사람은 자책감에 시달리다 점점 위축되고 결국 열정과 패기를 잃은, 어두운 유령 직원이 되고 만다. 만약 질문을 받았던 선배가 '객관적이고 긍정적이며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더라면 그 신입직원은 어땠을까?

비즈니스 상황이 아니더라도 '말'은 중요하다. 말은 사람을/분위기를/관계를 회복시키고 발전시킨다. 하지만 생각만큼 말에 신경쓰는 것은 쉽지 않다. 이미 오랜세월 체화되어 내 버릇과 익숙하지 않은 말은 찾기도 힘들테니. 그러나 말은 곧 얼굴이요, 인품이다. 책 <어른의 말공부>에는 여러 상황이 예시로 등장한다. 독자들이 각자 필요한 부분을 읽고 실천해 볼 수 있게끔 저자가 짧고 간단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소 지루하게 읽힐 수 있지만 '화술'에 관심있다면 도움받을 부분은 충분하다. 품격있는 말 한마디를 얻고 싶다면 더욱이 유용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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