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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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meritocracy)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든 '능력과 노력으로 혜택을 얻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대니얼 마코비츠는 이러한 '능력주의'를 비판한다. 노력에 따라 능력을 쌓고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은 '이상'일 뿐,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자.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사는 스카이캐슬 안에는 자식을 '1등'으로 만들고 싶은 부자들이 등장한다. 특히 아버지의 명석한 두뇌와 엄마의 야망을 유전자로 물려받은 '예서'는 1등을 하지 않으면 잠도 자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명문대에 가기 위해 몸값이 수십억에 달하는 입시코디네이터에게 학종 대비 내신관리는 물론, 심리, 건강 등을 배워나간다. 일반 학생들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1:1 맞춤 과외를 통해서다.


대니얼 마코비츠는 책에서 "엘리트 대학 졸업자들이 최고 직업을 독점하는 동시에 최고숙련 근로자에게 유리한 신기술을 고안해 최고 직업은 더 훌륭해지고 나머지 직업은 더 열악해진다."고 말한다. 자본을 가진 상류층은 값비싼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엘리트가 되는 동시에 세습한다. 부가 되물림되듯, 능력 또한 후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의 능력주의와 반대 상황이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노력이 인생을 역전시키는, 소위 말해 '개천에서 용 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능력과 경제적 여건을 갖춘 소수만이 계층을 극복할 수 있으며 '가난한 자'들에게는 기회조차 차단이 되어 있다 말한다.

저자는 이런 불평등의 문제를 '문명'의 탓으로 돌린다. 사회, 경제 구조적으로 상위 계층으로의 유입은 어렵고 빈곤층으로의 전락은 더 쉬워졌다. 부와 불평등의 대물림이다. 저자는 대안으로 '차상위 계층에게 입학정원을 할당하자'고 주장한다. 경제적 여건이 불충분하더라도 교육의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현실적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대학 교육의 길이 열려도 '차상위 계층'이라는 껍데기는 한 사람의 '꼬리표'로 작동한다. 초등학교 부모들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놀지말라고 한다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또 차상위 계층이 고품질의 교육으로 엘리트가 된다고 하면, 그들은 과연 상류층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졸부'나 '개천에서 태어난 용'정도로 포장되는 여론몰이를 당하기 쉽다는 생각이다.

책은 미국의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전체적으로 들어맞는다고도 보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그러나 소득수준, 경제여건과 무관하게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성취나 성과로 능력을 판단하겠다며, 실제로는 상류층을 그대로 선택해오려는, 허울뿐인 엘리트주의 또한 한계를 가진다고 본다. 중산층의 해체와 엘리트의 파멸을 가속화하는 '능력'이라는 껍질을 벗어날 때 진정 균형잡힌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렵게 읽었고 정리도 힘들었지만 꼭 한번 생각해봐야 할 귀한 이슈를 담은 책이다. ''공정한 실력 평가'라는 능력주의'가 실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힘이 빠지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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