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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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정답이 정해져있다. 다문, 다독, 다상량 그리고 다작.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서 많이 쓰라는 것. 그런데 이 정답에 가깝게 가기가 여의치 않다. 첫 문장부터 막히기 일쑤요, 생각을 생각대로 풀어내기에는 단어나 문장이 짧을 수도 있다.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경지는 인간계에서 가능하기는 한건지. 나의 부족한 어휘와 문장을 만날 때면 이 곳은 내 세계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욕심나는 글쓰기.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언론에서 대기자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고 있는 양선희 저자가 <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를 펴냈다. '한글을 알고 나를 알아야 나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글쓰기의 지피지기'를 설파하기 위해서다. 인트로에서 저자는 '글은 그냥 써지는 것일 뿐 어떻게 쓰는지 탐색해본 적이 없다. (p.4)'고 말한다. 이 얼마나 콧대높은 자신감인가. 저자는 총 7가지 방식으로 글쓰기에 비법을 전수한다. 쭉 나아갈 것, 감각할 것, 의식하지 않을 것, 금기를 잊을 것, 각자의 지문이라는 글, 단점 찾기에 몰두하지 말라, 해답은 강호에 있다는 것이 그 7가지다. 책은 각 비법을 저자의 생각과 다양한 예시로 버무려 제시한다. 그 중 가장 임팩트있는 부분은 7번째 '해답은 강호에 있다' 부분이다.

글쓰기란 내가 아닌 남을 위한 행위다. 타인에게 나의 생각, 지식, 정보를 나누어 주는 일이다. 글을 읽는 독자가 편안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쓰는 것. 관건은 바로 그것이다. 글의 '호흡'은 말 그대로 독자가 숨쉬기 편하도록, 상대를 배려하는 글쓰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p.32)

생각이 멈춰지거나, 글이 나아가지 않을 때 보통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이런 생각을 한다.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도 없다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자는 '책에는 단서만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즉, 글쓰기의 인풋은 생각이다. 이 생각이란 것은 어떠한 책의 저자의 의견이나 영화 감독의 메시지가 아닌 '지금 현재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서 발생한 것이다. 즉, 무턱대고 어떤 작가, 감독, 필자, 화자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들의 의견과 비등하게 생각을 견주며 내 안의 것을 키워나가라는 말이다.

책은 또 맹목적인 독서에 대해서도 거리를 둔다. 저자는 "독서는 에너지일 뿐"이라며 "그 에너지를 현재 나의 버전과 미래의 발전 버전으로 전환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과식이 비만과 소화불량 등 병을 일으키듯, 소화시키지 못하는 '과잉독서'는 몸에 해롭다. (p.97)"고 말한다. 무턱대고 독서에 글을 의탁할 게 아니라는 조언이다. 책은 참 얇다. 저자가 <이 책 사용법>에서 설명하듯 '공부는 얇은 책으로 하는 게(p.10)' 좋다. 그런데 양선희 대기자의 이 책은 일견 교과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얇아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엑기스만 뽑아둔 핸디북. 구성이나 색상이 다소 교과서같아 지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알짜배기만 담겨있다. 글의 리듬, 문법, 문장력, 서사에 대한 자세, 모방의 전략까지. 요즘은 1일 1글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보고서 아니면 일기라도 쓴다. '글맛'나는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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