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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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한살의 저널리스트 '리즈'는 번듯한 직장과 다정한 남편, 맨허튼의 아파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이것이 진정 원했던 삶인가?'를 묻는 그녀는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용기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여행한다. 줄리아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의 이야기다. 전직 아나운서, 여행작가, 언론사 편집인, 인생학교 교장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 손미나다. 코로나 시국에 대한민국의 우수한 방역체계와 관련한 유럽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로 더욱 주목받았던 그녀는, 어느 날 '불행하다'고 느낀다. 화려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삶에 우울과 무력감이 찾아 온 것이다.

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는 손미나 저자 내면의 변화와 깨달음, 감정을 담고 있다. 사업을 접고 휴식을 위해 찾아간 태국의 리조트에서 그녀는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녀는 '적막함으로 가득한 그 곳에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p.24)'고 말한다. 그리고 리조트 내 명상 프로그램의 인도인 구루, 루드라를 찾아간다. 저자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던 구루는 손미나를 이렇게 진단한다.


"인간을 해석하는 방법은 (중략) 정신, 마음, 그리고 몸 세 가지로 요소로 구성된 존재로 보는 것. 그런데 현재의 당신이 알고 있는 '손미나'라는 사람은 정신에 치중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p.33)"

구루는 정신과 마음, 몸에 대해 설명한다. '정신'은 자기계발, 책임 완수, 사회 생활에서의 성공 등 '성취'와 관련된 역할을 한다. 다만 욕심이 많고 힘이 세서, 만족을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마음'은 욕심이라곤 없이 아주 사소한 일에 만족하는 어린아이 같다. 맛있는 것, 재미있는 것 등 즉흥적인 즐거움이나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때 만족하기 때문에 정신이 추구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또, '몸'은 충실한 조력자이자 투명한 친구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 아끼고 존중하면 좋은 컨디션으로 정신이나 마음이 원하는 것을 돕지만, 겉으로만 잘해주는 척하거나 의를 저버리는 일은 참지 못한다고.

저자는 구루의 진단과 설명을 듣고, 그녀의 처방에 따라 긴 여행을 떠난다. 책은 저자가 코스타리카, 쿠바, 이탈리아 등으로 떠난 여행을 묘사한다. 이국적인 풍경과 현지인들의 삶, 그 안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임했는지 적고 있다. 100일간의 여행 후, 손미나 작가는 다시 루드라를 찾는다. 조금은 달라진 그녀에게 구루는 이제는 더 자신을 잘 알고, 행복해질 수 있는 개념들을 설명한다. 마음챙김, 내적성인, 내적아이, 감성지능 등이다.


책은 일종의 '고백'으로 읽힌다. 손미나 라는 사람이 완벽해보이지만 실은 안 그렇다는, 행복해보이지만 실은 아니라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분투중이라는 그런 고백. 솔직하다. 하지만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표현처럼 파란 바다와 흰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진 최고급 리조트 스위트룸에서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건, 너무 배부른 일 같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묻게된다. '바쁘다 바뻐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아니, 그걸 해야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조차 많지 않을테니까.

매너리즘에 빠졌나 싶었을 때 나도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행복한 가정, 번듯한 직장, 부족함없는 집이 있었지만 헛헛함은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을 채우려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친구도 만나고 유흥도 즐기지만, 공허함은 남아있었다. '자기사랑'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좀 나아졌던 것 같다. 이런 경험을 했기에 손미나 작가의 고백이 와닿기도 한다. 책에서 읽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렵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갈구해야 하는 삶의 '어떤 방향'인것 같다. 하지만 모든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든 열쇠는 '마음'에 있다는 깨달음, 그것을 이해하는 건 독자들의 몫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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