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국에서 일 년 동안 살기로 했다 - 좌충우돌 네 가족의 영국 체류기
석경아 지음 / 프롬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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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석경아는 "대학생 때부터 막연하게 영어권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꿈을 어떻게 이뤘는지 책 <우리는 영국에서 일 년 동안 살기로 했다>에서 소개한다. 저자는 남편의 석사과정에 따라 1년 영국 리즈에서 생활한다. 해외살이 계획을 세운 후, 영어성적을 만들고, 비자를 받고, 가족기숙사에 입소하고, 남편은 공부를 하고, 저자는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한다. 아이를 널서리에도 보내보고, 방학때는 주변 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기도 한다. 종종 가족이나 지인들이 영국으로 찾아와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한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막연하게 외국에서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대학 때 캐나다로 유학을 갈 기회가 있었다. 오빠가 유학을 갈 때였는데 부모님은 내가 원한다면 함께 보내주겠다고 했다. 거절했다. 당시 나는 대학생이 외국으로 가는 것은 '도피'라 여겼다. 공부를 못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외국으로 도망을 간다고 생각했다. 유학을 갈 바에는 여행을 가겠다는 주의였다. 그래서 여행은 원없이 다녔던 것 같다. 현재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유학이든 업무든 외국에서의 경험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이와 관련한 나의 버킷리스트도 있다. 주재원으로 해외 나가기, 하와이에서 살아보기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에서의 삶을 생각하지만, 막상 용기내지 못한다. 다녀와서 한국에서의 직장은? 먹고 살 수 있을까? 너무 늦은 나이에 가는 건 아닐까? 거기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여러 의문들이 주춤하게 만든다. 저자 부부는 토종 한국인이다. 어학연수도, 워킹 홀리데이도 한 번 가보지 못했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심지어 1살, 4살 두 아이와 함께였다. 그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캐나다로 이민 간 선배를 만난 후 외국살이에 대한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고 그 순간부터 저자의 남편은 유학에 필요한 시험공부를 시작한다.

축구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에는 각 도시마다 대표 축구팀이 있다. 리즈의 축구팀인 리즈 유나이티드가 그중 하나다.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앨런 스미스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도 이적한 뒤 리즈 시절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앨런 스미스가 리즈 시절엔 정말 대단했지." 축구팬들이 앨런 스미스의 리즈 시절을 회상하면서 사용하던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가 전성기라는 뜻으로 자리 잡히게 된 것이다. (p.123-124)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던데, 책에서 저자 부부의 삶이 딱 그래보인다. 한국 집이 나가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를 때 천사같은 신혼부부 세입자가 나타나 집이 팔리고, 어학 성적이 안나와 올해는 포기해야 하나 싶었을 때 남편의 영어 성적이 기준선을 넘어선다. 객담검사 결과, 비자신청과 발급까지 모든 일들이 무사히 진행되고 결국 성공적으로 출국한다. 또 경쟁률 높고, 대기자가 32명이나 있는 가족기숙사에서 출국 5일 전 "너희 차례야. 구경하러 와."라는 메일을 받는다. 저자는 이런 행운에 대해 '기적의 연속(p.42)'이었다며, 출국을 앞둔 한달 앞으로의 행운을 모두 땡겨쓴 것 같아 두려웠다고 말한다.

책에는 영국에서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팁으로 적어두고 있다. 영국의 학기제, 널서리의 운영 방식, 여행 정보를 얻는 사이트 등이다. 분명 저자도 타지에서의 생활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내내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을 환대하고 우선시하는 영국의 문화, 생각보다 저렴한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 심지어 나는 피시앤칩스도 좋아하니까. 책에서 읽히는 여러 여건들이 참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미덕은 많다. 우선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다. 물가가 비쌀거다, 사람들이 쌀쌀맞을 것이라는 편견. 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실행력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행동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1년 학업 코스를 알게됐다는 사실이다. 외국으로의 공부는 적어도 2년은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1년 과정도 있다니. 진입장벽이 낮아진 기분이다.

석경아 부부는 한국에서도 분명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현지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막힘없이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리라 짐작해본다. 또, 그들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그 부부의 평소 마음이 그렇게 반영되고 돌아왔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외국살이와 유학,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마침 또 추석이 아닌가! 마음 속에서 뜨거운 것이 타오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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