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는 '작가 김봉철'에 대한 발견이다. <숨싶사>에서는 그가 ‘방구석’에서 써내려갔던 글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어 책을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가 작가로서 ‘글’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온오프라인에서 글과 작가를 동일시하며, 글에 대한 생각을 자신에게 투영하는 독자들을 만났다고 한다. 작가는 “글을 읽는 일은 글쓴이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세계를 독자가 받아들이는 일(p.109)”이라며 “읽는 이는 "글을 통해 지은이를 판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판단하고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p.109)”고 일침을 가한다. 옳다구나! 맞아, 바로 이거지. 나도 업무적으로 글을 쓰는 일을 하는데, 글을 보여주면 피드백의 방향에 꼭 글을 쓴 ‘나’라는 사람에 것으로 끝난다. 피드백은 받아야 겠는데, 글은 안보고 그 안에서 (독자가)나를 읽어내고 분석하려 하는 것같아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내가 반문하고 싶었던 점이 바로 이것이다. 나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게 읽고 그것을 저자의 생각이나 삶으로 단정지어버리는 태도.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위안도 받고 결심도 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마찬가지의 잘못을 저지르지는 말자’라고.
본인의 삶을 영화로 표현하자면 어떤 장르라고 생각하시나요? (p.181)
책의 마지막은 뭐랄까.. 너무 근사하다. 김봉철 작가다운 마무리다. 한 독자가 북토크에서 자신의 삶이 어떤 장르일 것 같냐고 물었단다. 작가는 '스릴러'라 답한다. 나도 해당 질문을 했던 독자처럼 그가 이렇게 답할거라 예상했는데, 웬걸 그의 설명, 너무 근사하다. 그의 대답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은 이렇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 스릴러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그것도 하드코어 스릴러. 그걸 얼마나 빨리 드라마로 만드는지가 한 사람의 역량(또는 멘탈, 마음, 정신 등등)관리 아닐까?’라고. 나의 삶은 스릴러와 로맨틱코미디 중간 지점 어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