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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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에는 대개 키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아직 묘목들이 충분히 자랄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해가 지났을까? 산책하다 만난 나무들은 더 키가 줄어들어 있었다. 벌레가 먹은건지, 관리하시는 분이 험상궂은 모양으로 가지치기를 해두었다. 울창한 나무들이 해를 가려주는 근사한 그늘은 아직 내가 사는 '신도시'에는 요원한 일인 것 같다.

"나무는 다른 종들과 싸워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종 내에서도 빛, 물, 영양물질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한다. 손상되지 않은 숲을 찾으려는 이 싸움에서 산림감독관들은 경제림을 조성하는 등 자연에 개입하고 있다. 산림감독관은 스스로를 심판관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숲 해설가이자 생태 작가인 페커 볼레벤은 책 <인간과 자연의 연대>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자연과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도록 한다.

책은 '자연'에 대한 선입견의 오류를 여러 가지 예시로 짚어준다. 예를들면, 벌목이 있다. 보통 숲 속 나무를 베어 사용하는 것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는 것이 있다. 나무를 '그대로 두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숲에서 나무를 베어 사용할 경우, 그 자리에서 또 나무가 자라 충분히 재생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것은 자연 입장에서는 큰 손해다. 만약 그 나무를 베어내지 않을 경우 잎, 뿌리, 열매 등의 부산물들이 토양과 결합돼 양분이 되고 이것은 '바이오 매스'라고 생물량을 보존하기 때문이다. 즉, 벌목을 하는 행위는 바이오 매스의 총량을 단 시간에 제거하는 것이며 이것은 숲의 입장에서는 그 배에 해당하는 회복시간이 필요한 행위다.

책은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이야기한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는 자연의 생리를 생태학적 분석한 저자의 지식이 이어진다. 하지만 일부 독자들은 다소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느낄지 모르겠다. 책이 말하고 있는 바는 너무나 명확하고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으로 하여금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지속가능성을 염두한 활용이 불가피한 인류에게 자연을 '그대로' 두는데서 나아가 혼연일체가 되라는 말처럼 읽혔다. 그리고 책 중반 뉴질랜드 카우리나무 부분은 흥미롭다. 나이가 많고 거대한 침엽수 '카우리나무(Kauri)'그 현재 생명이 위태롭단다. 다름아닌 그 원인은 '한국에서 유입된 균류가 이 나무의 뿌리부터 시작해 나무 전체를 파괴(p.117)'하고 있다며 책은 말한다. 한국에만 서식하는 균류를 한국인 관광객이 신발을 통해 뉴질랜드로 가져가 카우리나무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우리는 아직 자연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인간과 자연의 연결과 공존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삶에서 자연과 관련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제대로 '관계' 맺을 수 있도록 한다. 책을 통해 '자연의 훼손'이 '자연보존'의 반대급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보다도 오히려 '자연과의 연대'가 답이 될 수 있다.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일부라는 사실, 그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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