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인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의 글이다. 여성 학대 관련 법령 개정, 영국의 인권단체 리버티가 수여하는 '올해의 인권운동가상' 수상 경력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여성', 그 중에서도 '인권'과 관련한 행보를 이어왔다. 두번째 저작인 이번 책에서 저자는 기술, 노동, 의료, 경제, 정치 등 16가지 삶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과 차별을 일으키는지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인류의 반, 여자에 대해 기록하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여자를 표준 인류에서 벗어난 존재로 여겨왔다. 그것이 여자들이 보이지 않게 된 이유다." - 저자의 말
책은 '젠더 데이터 공백'으로 시작한다. 스마트폰 사이즈, 피아노 건반, 심지어 에어콘 온도까지 일상의 모든 것을 재단하는 '표준'이 대개 '남성'에 맞춰져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건 주부들인데 도로는 회사와 집을 오가는 남성들 관점의 편리에 따라 지어진다. 또 남성의 신체사이즈를 표준삼아 자동차가 만들어지니 운전석이든 조수석에 앉는 여자들은 의자를 어떻게 조정하더라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즉, '보편적'이라는 '기준'은 곧 '남성'들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자는 다양한 예시와 통계를 통해 '여성의 배제'를 설명한다. 그리고 책은 '데이터를 젠더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 진출 공백을 메우면 된다."고 해법을 제안하며 "(그렇게될 경우) 여성의 삶과 관점이 빛 속으로 나오게 된다. (p.387)"고 말한다. 일부 독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사고 자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전에 '여성이~'라고 말해지는 상황에서 '남성이~'라는 표현이 있기나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세상은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은 남성과 나머지로 분류된다. 그 사실을 인식시킨다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대단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