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배신 -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드 <워킹데드>를 시즌별로 반복해 봤다. 좀비와 인간의 대결로 알았던 드라마는 볼수록 '생존' 앞에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인간을 꼬집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철학적이라 생각하며 빠져들어 몇 번을 다시봤다. 운동하며 보기 시작한 넷플릭스. 반복시청했던 워킹데드 덕에 내 계정에는 '좀비물'이 가득하다. 외국 작품 <웜바디스> <레지던트 이블>에서 한국영화 <부산행> 까지. 한 동안 온통 좀비만 가득한 영상만 접하다 지겨워졌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넷플릭스는 좀비물말고는 없어?"


이광석 저자의 책 <디지털의 배신>은 넷플릭스가 '시청자의 개념을 완전히 배제'한다고 말한다. 태거에 의해 구분된 데이터들이 알고리즘이라는 기술로 시청자들에게 제시되고 소비된다. '취향'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나는 로맨틱코미디, 액션 영화도 좋아하는데, 넷플릭스의 로직은 나를 '좀비물 애호가'로 만들어버린다. '취향'이라는 명목으로 구분된 콘텐츠는 사실 나를 그 부류로 고정시켜 버린다. 나의 다채로운 관심사는 어느 순간 잊혀지고 만다. 저자는 이것을 '알고리즘의 야만성'이라 언급한다.

책은 디지털화된 '기술'이 야기하는 이슈들을 분석한다. 1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 2장은 자본주의와 알고리즘, 3장은 그린뉴딜과 지구, 4장은 코로나19와 인포데믹, 5장은 데이터 인권과 디지털 민주주의를 다룬다. 첨단이라는 달콤함에 가려진 상처와 문제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린다. 자본주의와 성과주의 개념을 발판으로 기술을 욕망할 수록 인간의 삶과 생태계에 가해지는 균열을 인지하라는 경고로 읽힌다. 즉, 저자는 '기술의 덫'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 이광석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지털문화정책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서문에서 "본서를 통해 동시대 기술사회의 특징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주류기술의 퇴행에 맞서 대안의 상상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자원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술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사람이지만, 인류는 기술에 매몰되는 대신 인간성의 회복과 주체성을 회복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책을 읽으며 '기술 소비자'가 아닌 '기술 주권자'가 되자 마음 먹었다. 편리와 이익에 압도되어 무분별한 기술을 취하는 대신, 디지털 문해력을 갖고 인간과 자연, 사회와 공공을 생각할 수 있는 통찰력과 시야를 회복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기술을 취소할 수는 없다. 없앨 수 없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주체다. 나와 가족과 인류를 위한 삶,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가치.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