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고도 여행할 수 있기 위하여'라는 말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색적인 자연환경, 낯선 사람들, 생소한 음식이 그립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집콕라이프'로 꽉 찬 요즘 같은 때에. '여행자'의 삶을 살아온 한국인, 마고캐런은 코로나19로 정지된 시간을 되새김질 한다. 나는 왜 떠났던가. 20년 이상 60개국을 여행하는 여행가이자 관광마케터로 세계를 돌아다녔던 그는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한다.
캐런은 여행의 시작을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였다고 말한다. 그래서였을까. 빙하, 사막, 설산 등 압도적인 대자연을 찾아가 '인간의 미약함'을 절감한다. 이건 어찌보면 여행이라기 보다 자신을 알기 위한 하나의 '고행'이 아닐까. 그는 책에서 다양한 여행지의 사람들을 소개한다. 갠지스강의 구루, 몽골 대초원의 가족들, 아우토반을 모는 백발 할아버지까지. 갠지스강변에서 저자는 "매일 강가를 채우는 메케한 연기를 보면서 나는 살아나고 있었다."로 말한다. 수백명이 시체로 타들어가는 바라나시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또 다른 생자들을 바라보며, 저나는 '연기처럼 사라질 인생'을 떠올리며, 마지막 "그렇다고 죽어도 좋을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이처럼 생소한 곳에서 만난 누군가는 저자에게 인생의 또 다른 면모를 알려주는 '스승'이자, 함께 살아가는 '동무'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