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틱 장애. 반복적으로 목을 삐쭉거리거나 한쪽 눈을 찡긋거리거나 코를 움찔거리거나 느닷없이 꽥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나가, 안 나가, 나가, 안 나가가 끝없이 들볶는다 나를. (p.31)
소설 <환>에서 김정주 작가는 한 남자의 의식으로 '인간의 존재'를 다뤘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감정의 결. 다소 혼란스러웠다. 그 후 8년이 지나 김정주 작가는 장편소설 <은밀한 선언>을 펴냈다. 의식과 행동이 정신없이 묘사되는 이번 작품은 한 마디로 '짧게 몰아쳐 엮어낸' 느낌이다. 개별적으로 떨어져있던 에피소드가, 하나의 구심점을 찾아 유기성을 갖는다. 서로 다른 열개의 에피소드가 '따로 또 같이 결국엔 하나'였다는 그런 소설이다.
책은 열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에피소드에는 서로 다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지닌 '욕망'을말한다. 드러내지 않는다. 은근히, 의식의 흐름대로, 간간하게 흘러간다. 배고프지만 배부르다 말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직장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린 한 기자는 한편으로는 섹스에 탐닉한다. 마치 열 편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이 '느꼈지만,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럼 주인공들은 어떠한가. 첫번째 <피스톨을 당겨>의 화자는 '두하'를 바라보는 누군가다. 두하는 두번째 <말에 말을 걸어>의 주인공이고, 그는 경마장에서 호피무늬 옷의 여자를 만난다. 세번째 <추격을 추격해>는 호피무늬 옷의 여자를 담는다. 네번째 <나의 나를 레이어드>에서는 호피를 입은 여자의 언니가 좋아했던 남자다... 마치 먹이사슬처럼 물고 물리는 구조. 연결고리를 찾으며 읽다가 독자들은 결국 첫번째 이야기 <피스톨을 당겨>의 화자가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