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역설 - 세상을 바꾸는 분열의 힘
애덤 카헤인 지음, 정지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깐 우리 회의실에서 볼까요?" 팀장님 호출이 떨어진다. 회의는 대표의 요구사항을 어떻게 수행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팀원들이 제 각각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서로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고 있는, 다소 창의적으로도 보이는 회의 현장. 말 없는 사람은 팀장뿐이다. 시끌벅적한 의견 교환이 끝나갈 즈음, 팀장이 입을 연다. "이건 A로 하는 게 좋겠어." 그가 채택한 방향은 그 누구의 입에서도 나온 의견이 아니다. 자신만의 답이다. 요즘말로 하자면 '답정너'다. 팀장이 주재하는 회의는 항상 이런식이었다. 묻고싶다. "이럴거면 회의는 왜 하자고 하신거죠?" '협력'이란,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누구나 말하지만, 그 누구와도 쉽지 않은 게 바로 '협력' 아닐까? 생긴 건 둘째치고, 생각도, 환경도, 여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협력'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부르짖는다. 팀장은 자신이 정한 A의 방식도 어쩌면 협력의 결과라 여길지 모르겠다.

캐나다 출신의 갈등 해결 전문가 '애덤 카헤인(Adam Kahane)'은 책 <협력의 역설(세상을 바꾸는 분열의 힘)>에서 그간의 '협력' 개념을 해체시킨다. 그는 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의견 교환하는 방식을 협력, 강제, 적응, 퇴장구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융합한 '스트레치 협력'을 새롭게 제안한다. '전통적인 협력'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일한 방법을 적용해 해결하는 것이라면, '스트레치 협력'은 각 주체들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전제 조건은 '다원화'다. 즉, 하나의 지배적인 전체, 하나의 가능성, 한 명의 리더가 아닌, "다양한 부분적 전체(더 커다란 전체의 일부분), 여러 새로운 가능성, 공동 창조자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p.34)"가 스트레치 협력의 핵심이다.

책 <협력의 역설>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협력의 필요성과 본질을 다룬다면, 2장에서는 협력, 강제, 적응, 퇴장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전통적인 협력의 한계와 그것의 조건을 다루고, 4장에서는 책의 핵심포인트 '스트레치 협력의 중요성'을, 그리고 5~7장에서는 세 가지 스트레치 - 갈등과 연결 수용, 실험을 통한 진전, 발 내딛기 - 를 깊이있게 다룬다. 마지막으로 책은 스트레치 협력을 활용한 6주짜리 연습프로그램을 덧붙인다.

"서로 다른 행위자가 서로 다른 이유를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탄탄한 합의입니다. (p.88)"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서로 다른 행위자가 서로 다른 이유를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탄탄한 합의"라는 것. 너무 당연하다 싶어 어안이 벙벙하다. 일견 타당해보이는 이 말이 지금까지 '합의'라는 과정에서 적용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하나의 결과를 위해 그 외의 것을 '불필요함'으로 간주했다면, 저자의 방식은 모든 사람의 가치가 타당하다는 전제하에, 함께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문제 해결에 개개인이 일조했다는 성취감을 부여해 자긍심마저 심어준다. 또 도출된 방법들은 여러 가능성을 포함하기에 융통성을 부여한 민첩한 결론이 되기도 한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 국가별 갈등부터 가족 구성원의 문제까지. 한 마디로 저자가 치열한 갈등의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협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의 교훈은 명확하다. 나를 내세우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참여와 교류를 통한 인식의 확장으로 '협력'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자는 것. 책에서 저자는 '상대를 파멸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적화 증후군(enemyfying syndrome)'을 멈출 때 협력의 희망이 싹튼다'고 말한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드는 협력이라는 개념. 애덤 카헤인이 제시하는 그 방향을 너무나도 간절히, 지금 당장, 적용해보고 싶다. 그 전에, 팀장님께 먼저 이 책을 권해볼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