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 - 19살 단돈 50유로로 떠난 4년 6개월간의 여행이 알려준 것
크리스토퍼 샤흐트 지음, 최린 옮김 / 오후의서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나는 친구와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돼.' 1학년은 적응해야 했고, 3학년때는 과외며 토익이며 챙길게 산더미고, 4학년때는 취업 준비를 해야하니까. 2학년 방학, 게다가 유럽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다는 여름이 최적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모았던 과외비를 쏟아부어 친구와 나는 60일을 유럽에서 보냈다. 이탈리아에서 없는 돈을 모아 샀던 피자 한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멍해졌던 일, 스페인에서 지갑 날치기를 당할 뻔한 일. 영국에서 한인회의 백만장자라 불리는 소년의 집에서 파티에 참석했던 일 등.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는 15년이 넘은 지금까지 당시의 일을 신나게 주고받는다. 아,, 그립다. 나의 20대. 그립다. 나의 유럽여행.

독일 홀슈타인에 살던 '크리스토퍼 샤흐트'는 어느 날 무작정 여행길에 오른다. 그의 이유도 나와 같았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 나는 그래도 21살이었는데, 게다가 모아둔 돈도 있었고. 반면 책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의 저자 크리스토퍼는 단돈 50유로를 들고 무계획 여행을 떠난다. 유럽, 카리브, 남아메리카, 남태평양, 한국, 일본, 중국, 중동까지. 파나마 운하에서 일하고, 광부로 일하고, 한국에서는 모델일을 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5개 대양을 건너가며 45개국을 방문하고, 1,512 시간을 여행하며, 10만 킬로미터 이동하는 결과를 얻었다. 책 <신나게 걸어봐 인생은 멋진 거니까>는 크리스토퍼 샤흐트의 4년에 걸친 세계여행 기록이다.

그는 여행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단다. 바로 3무여행! 호텔에서 자지 않기, 비행기 타지 않기, 신용카드 쓰지 않기. 단순해 보이는 세 원칙을 실천하면서 삶의 다양한 면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노숙을 하고, 배를 타고, 마약상에서 밤을 보내고, 밀입국도 감행한다. 본의 아니게 심장 쫄깃해지는 순간을 보내지만, 그 결과는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 새롭게 알아간 인생의 의미로 돌아왔다. 저자는 한국도 여행한다. 어플에서 '가장 일반적인 한국어 단어 1000개'를 찾아내, 하루에 30개 단어와 문법을 익혔다. 이 대목을 보며 '진짜 생존 외국어는 이렇게 공부해야 한다' 싶었다. 그간의 내 영어 학습법이 얼마나 어이없게 보였는지. 저자는 이렇게 익힌 언어로 모델 일을 한다. 너무나 공격적인 삶의 태도! 아,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엇보다 책에서 눈에 띄는 건 그의 '자세'다. <오후의 서재>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말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다고.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고, 계속 전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많이 웃고, 많이 교감하게 가능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갈 것이"라며, "기회를 잡으라"고 덧붙인다. 그는 아직 젊으니까 가능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나이보다 용기의 차이 아닐까? 대학교 2학년때의 나도 크리스토퍼와 같은 마음이었던 같다. 지금이 아니면 안돼. 꼭 해보고 싶어라는 마음. 오랜만에 책 덕분에 마음이 청량하게 뻥 뚫렸다. 코로나로 묶인 발이 이제는 덜 답답하다. 크리스토퍼 샤흐트가 보여준 여러 나라의 모습, 그의 순수한 열정, 다채롭지만 고되지만은 않은 경험들 덕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한 때의 용기, 현재의 탈출, 미래의 꿈, 그 어떤 것을 상상하더라도 자극받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집과 회사와 세상이 답답한 분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