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 도청의 마지막 날, 그 새벽의 이야기
정도상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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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40년 되는 해 입니다. 많은 작품들이 당시를 조명하고, 사람들을 소환합니다. 소설 <꽃잎처럼>은 1980년 5월 26일 저녁 7시부터 그 다음날인 27일 새벽 5시 15분까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바로, 전남도청에서 광주시민군이 공수부대 대원들에게 무참히 학상당한 때이죠. 소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시간 순에 따라 전남도청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명수는 자동차 하청업체 용접공입니다. 공장에 신입으로 들어온 희순을 본 순간 반해버리고 말죠. 명수는 희순이 휴학을 하고 야학 '들불'에서 강학을 하며 민주화 운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명수는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 먹습니다. 희순은 명수에게 상우를 부탁하면서 말하죠. "아무튼 지금 나는 상우 형이 가는 데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경호하는 중이다. 상우 형은 그것을 몰랐다(p.19)"라구요. 사실 상우는 투쟁위원회 대변인 입니다. 그렇게 명수는 상우를 경호하며 광주 민주화 운동의 과정 안에 스며들게 됩니다.

여러분은 지난 아흐레 동안 이 도시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을 지켜보았습니다. 여러분은 목격자입니다. 우리의 항쟁을 잊지 말고 후세에도 이어가게 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패배할 것입니다. (중략) 하지만 이 싸움은 어른들이 해야 합니다. 나이 어린 학생들은 살아남아 오늘의 목격자가 되어 역사의 증인이 돼주시기 바랍니다. (p.74~75)

책에는 시민군이 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글을 잘 쓰는 영준, 수습위원회 이종석 변호사와 아들, 한의대생 병규, 츄레라 운전수 수찬 등.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소시민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시민군이 되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책의 메시지 아닐까요. 계엄군은 시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결국 전남도청에는 시체가 쌓였고, 도청옥상에는 붉은 깃발이 휘날렸습니다. 책을 보며 물음을 던집니다. 어떤 의의를 가질 수 있는 책일까. 아픈 사실을 기억하기 위한 책일까.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자 하는 책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5.18 그 날의 일은 사실이며, 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한 사람들이라는 것 입니다. 정치 정황과 이념이 무엇이든 한 사람의 목숨은 존귀한 가치입니다. 5.18 그 날에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만이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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