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마쓰우라 야타로는 잡지 <생활의 수첩> 편집장을 맡게된다. 매일매일 일로 고민하다 번 아웃에 빠진 그는 무심결에 '달리기' 시작한다.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일도 잊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p.8)'에 대한 답이었단다. 마흔세 살의 겨울, 그렇게 저자의 달리는 삶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부상으로 달라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저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 삶의 지지대를 얻었다. 책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역시 이런 과정의 산물이다. 책은 달리기를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달리기를 통해 변화된 저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자꾸만 달리고 싶어지는 건 왜 일까?
자발적으로 계속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는 그 사람을 향한 주위의 평가, 즉 신뢰와 신용으로 이어진다.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늘 위험 요소만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큰일을 맡기지 않는다. 중대한 일을 의논하려 들지도 않는다. 누구나 도전을 계속하는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실패를 겁내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잇따라 찾아온다. (p.125)
책의 기저에는 삶을 대하는 저자의 자세가 있다. 그는 실패를 '하고 싶어'한다. 그에게 실패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 배움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어떤 일이든 실수가 생기기 마련인데, 여기서 저자는 배움을 끌어내 성공의 단초로 바꾸는 기술을 선사한다. 무턱대고 달리다가 발목과 허리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운동화를 골라 점점 달리기에 적합한 몸으로 변화된 모습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또, 그는 '비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일, 달리기 무엇이든 "'비전이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 (중략) 비전을 보며 견디는 것은 억지로 참고 버티는 것과 다르다(p.120)"고 말한다. 달리기에서 그의 비전은 '아름다움'이다. 이건 美가 아니라 '고수에게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즉, 일종의 아우라라고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저자의 삶은 '비전 > 도전 > 실패 > 배움'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나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마저도 달리기를 통한 생각이라고 하니, 점점 더 뛰고 싶어진다.
책에는 달리기 고수 - 니시모토 다케시 - 와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다. 니시모토 다케시는 <호보 일간 이토이 신문>의 마라톤 콘텐츠 제작자다. 9년 정도 달리기 경력을 지닌 그도 저자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쉬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담에는 달리기에 대한 생각과 정보가 농축되어 있다. 선수들의 자세, 달리는 목적, 앞 코보다 발 뒤축에 맞춰 신는 게 중요한 운동화 까지. 수다같은 대담이지만 나는 한 지점에 오래 머물렀다. 니시모토가 말한다. 중년에 접어들어서 마라톤에 빠지는 사람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체력이 떨어져서 힘에 부치는 현실 앞에서도 '난 아직 살아있어!'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이건 중년이 아니라도 중요하다. 자신의 생을 느끼게 하는 지점, 그 활력소 유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너무 극단적인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가능성과 믿음을 선사하는 마라톤, 더 빠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