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개정판
김영서 지음 / 이매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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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미니즘 책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라는 소제목을 단 책이 있다는 걸.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걸. 페미니즘 책에서는 신체적 우위를 통한 폭력을 설명하며 해당 책을 인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잠시 망설였습니다. 책을 읽을 수 있을까? 너무 여운이 오래남지 않을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봅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일단 이 프롤로그부터 읽어본 뒤 마음의 준비가 되면 계속 읽어나가기를 바란다. (p.16)”고 독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저는 고민했지만, 분명 힘들 수 있지만, 그렇기에 하루라도 더 빨리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릭했고, 구매했고, 손에 들어 완독하기까지는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빠가 성폭력 한 것을 용서합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력으로 임신하게 하고, 낙태까지 경험하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 수능 전날 밤 호텔에서 성폭력 하려다 말을 안 듣는다고 밤새 때린 것을 용서합니다. 하루는 기절할 때까지 나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때린 뒤 다음날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게 한 것을 용서합니다. (중략) 내가 기침 감기가 심하게 걸려 계속해서 기침이 나오는 데 그 짓거리 하겠다며 내 위에 올라타서는 계속 기침한다고 주먹으로 내 얼굴과 가슴을 내리치던 것을 용서합니다. (p.249)

책은 목사였던 아빠로부터 저자 김영서가 초등학교 5학년때 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당한 성적 학대와 폭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힘내라, 이겨내라 따위의 어줍잖은 말은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감히 누가 저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것은 꼭 말하고 싶습니다. 책 안에서 저자 김영서는 살아 숨쉽니다. 자신의 과거에 징 밖혀 움직이지 못하는 인형이 아닙니다. 필명 '은수연'을 벗어내고 사람 '김영서'가 되었듯이, 자신의 삶을 기도하고 응원하며 힘차게 나아가도록 독려합니다. 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을, 현재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세상이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선만 조금 바뀐다면, 자기가 겪은 일을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보다 편해질 수 있을 텐데 싶다. (중략) 그냥 치료가 필요한 상처로 봐주면 좋겠다. 칼자국은 그저 상처일 뿐, 다른 생각은 말아주시기를. (p.26)

저자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도움으로 치유를 시작했고, 문집에 글을 싣다가 책을 펴냈다고 합니다. 2012년 필명으로 책을 펴냈고, 8년이 지난 올해 실명으로 개정판을 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다른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상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네요. 그녀의 경험에 어떤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요. 지옥같던 집에서 도망쳐나와 쉼터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들었다는, 힘이 많이 됐다는, "너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저자에게 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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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인터뷰를 읽어보길 권합니다.

<저자 인터뷰>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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