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 게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렇지 않을까? 돈을 벌면 사고싶은 걸 다 살 수 있지 않을까? 직장에 다닌다면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겠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면 너무나 행복하겠지? 학창시절 꿈꾸는 환상의 세계, 어른의 세상 말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때문에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그 환상의 세계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또 내 신념에 따라 더 이루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17세의 홀든 콜필드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말이죠.


1951년에 발표된 JD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17세의 홀든 콜필드의 '가출 3일'을 그립니다. 짧을수도 길수도 있는 이 3일이라는 시간, 그는 무엇을 했을까요? 호텔에 가고,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고, 아는 여자를 불러 공연을 보고, 담배를 피고, 또 여자를 만나고. 그는 뉴욕 골목을 배회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딱 '비행'이었어요. 그는 한 마디로 찌질합니다. 덩치 큰 벨보이가 여자를 만나겠냐 묻자, 지지 않으려 그러마 라고 답합니다. 정작 여자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자 후회하면서요. 그는 매우 자주 '나는 우울해졌다'고 말합니다. 후회할 것이면 애초에 시도를 하지 말지. 읽는 내내 연신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곳저곳을 떠돌던 그가, 여동생 피비를 만납니다.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피비.

소설 <호밀밭은 파수꾼>은 청소년의 가출기이자 동시에 순수한 영혼의 이야기라고 회자됩니다. 저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를 묻고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선생님, 친구, 룸메이트, 졸업생, 영화베우, 벨보이 등 그 누구도 곱게 보지 않던 홀든은 자신을 따라서 가출하려는 피비를 말리고, 회전목마를에 태웁니다. 그러고는 "나는 갑자기 행복을 느꼈다. (P.311)"고 말합니다. 아마도 순수하고 영롱한 피비를 지켰다는 행복을 말하는 것이겠죠. 허무하게도, 이로써 홀든은 가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피비를 위해서, 피비를 지키기 위해서.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홀든 콜필드 사고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꺼내놓습니다. 너무나도 세세하게 표현된 그의 시선은 마치 내가 그렇게 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선사합니다. 세간의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이 책이 대단한 건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다소 지루하기도 합니다. 내가 뭘 읽고 있는거지? 하며 갑자기 멍해지는 순간도 옵니다. 아마도 홀든 콜필드를 따라가다 보니 그러는 거겠죠. 즐거웠다가 갑자기 우울해지고, 웃겼다가 갑자기 허무해지는, 종잡을 수 없는 주인공을 따라가고 있으니까요. 초반의 장황하고 반항적이었던 주인공이 후반에 갑자기 착해지면서 독자들은 갸우뚱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제목이 <호밀밭은 파수꾼>인 것은 누구나 끝장을 덮으며 알 수 있게됩니다. 저는 책을 보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1995년 발표된 노래 <Come Back Home>이 떠올랐습니다. 가출 청소년들을 주제로 한 그 노래가, 청소년들을 선도해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죠? <호밀밭의 파수꾼>도 같은 효과를 낼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