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세대 - 그러니까, 우리
이묵돌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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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 즈음, 회사는 전 직원에게 문자를 한 통씩 보냅니다. 일명 Phone-Off Day. 퇴근 후, 특히 주말에 업무적 연락을 지양하자는 일종의 캠페인인데, 직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세상 참 좋아졌네. 또 다른 하나는, 이걸 회사가 시켜야 알아? 다들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소위 말하는 기성세대, 후자는 젊은세대의 반응이라는 것. <90년대생이 온다> 이후, 젊은 세대를 다룬 책들이 쏟아졌습니다. 주로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분석해 정의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결이 다르게 ‘세대 구분’을 다룬 책 <갈라파고스 세대(그러니까, 우리)>을 만났습니다. ‘리뷰가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리뷰한다’는 모토로 활동했던 리뷰왕 김리뷰, 1994년생 저자 이묵돌님의 책입니다.


우선 저자는 ‘갈라파고스 세대’를 정의합니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 관한 기초조사를 했던 중남미 에콰도르 영해에 위치한 군도 갈라파고스,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해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 갈라파고스. 저자는 이런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뜻으로, 또 ‘모두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그 세대를 정의하는 특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p.9) 라는 생각에 '갈라파고스 세대'라 제목을 붙였다고 말합니다. 저는 여기서 저자의 독특한 관점을 봤습니다. 90년대 출생, 데모를 경험한 세대처럼, 사회문화적 현상에 따르기보다‘다르다’를 기준으로 세웠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건 기성/젊은세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밀레니얼/밀레니얼간의 이야기이자, 남자/여자, 강남/강북, 친구/지인 등 그 어떤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제가 앞에서 다른 책들과 ‘결이 다르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본문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자는 갈라파고스 세대가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텍스트 의존도가 높은 간접적 언어 때문이기도 하고, 좀처럼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기 힘들어져버린 시대상과 명시적 의미에 집착하는 사회풍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받았 (p.32)”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한 후배가 떠올랐습니다. 회의록을 써오라고 했더니 녹음파일을 카톡으로 건내던 그 후배. 회의록이라는 건 참여자 간의 대화 요약과 시사점을 의미하는 거다라고 설명에 후배는 ‘저는 그런 걸 해본적이 없어서요’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게 왜 환경탓, 남탓으로 읽힐까요? 게다가 갈라파고스 세대의 특징이 높은 텍스트 의존도라는 설명은 그들 선택의 결과로 보입니다. 업무시간에 친구들과 카톡을 나누는 건 괜찮지만, 퇴근 후 직장 관계자의 카톡은 불합리하다는 맥락처럼요. 하나 더, 작가는 ‘선 긋기’의 특징도 설명합니다. 극도로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젊은 세대들은 상처입을 만한 모든 상황들로부터 자신을 보존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그 결과 선을 그어, 실패할 가능성 자체를 줄인다고 말이죠. 그리고 방점을 찍습니다. “90년대에 태어나 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불행 (P.24)”고 말이죠. 덜 불편하고 더 편리한 삶이 곧 더 행복한 삶이라고 착각하지 말자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하지만, '불행'이라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고작 기술의 발전만으로 어쩔 수 없는 차원에 있다. 수기에서 타자기로, 키보드에서 휴대폰 문자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 사람은 더 고독한 존재가 됐다. 셀 수 없이 많은 정보와 문자들 사이에 둘러싸였으나 진심 어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일은 예전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 (p.22~23)

책은 독특한 구성을 취합니다. 명시적이라고 할까요. 제목 > 한 사람의 이력서 > 그 사람이 참여하는 카톡 대화 > 저자의 설명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누군가의 환경과 맥락을 보여줌으로써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건내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책의 끝장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젊은 이들이 가진 외로움이며 슬픔 같은 것들을 이해받는 데 아주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도를요. 그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습니다. 다만 책을 읽으며 불편함이 계속 이어졌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해결방법을 기대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우리를 받아들여줘’라는 투정처럼 읽혔습니다. 앞서 저자가 말했듯이, 이건 같은 세대 안에 있는 서로간의 다름일수도 있습니다. 기성세대 중에서도 카톡 대화를 지양하고, 선긋기를 지향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밀레니얼 안에도 카톡으로의 업무지시도 허용하고, 격없이 모두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200쪽에 달하는 ‘지금 우리는 이런 상태입니다’라는 설명은 제게는 ‘자기사랑’의 부족함으로 읽힐 뿐 이었습니다.

자기사랑의 개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관계없이 혹은 실패를 하더라도, 자신을 사랑하라는 ‘자기사랑’은 말로만 하는 ‘ooo야, 사랑해’가 아닙니다. 자기 안의 우울, 불안, 부정과 같은 감정을 (물이 흐르듯)흘려보내고, 자기 안의 긍정, 기쁨, 행복과 같은 것들을 살피고 마주하라는 개념입니다. 무슨 헛소리냐 싶겠지만, 매 순간 이런 사랑의 감정으로 자신을 채우다보면 모든 것이 달리 보일 수 있습니다. 저도 연습하며 실천중이거든요. 책은 솔직하고 분석적입니다. 다만 이유를 나열할 뿐 그 어떤 희망이나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묻고 싶어요. '이해해줘'라는 목소리 전에,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를 이해해보려는 해보았을까요? 이해와 배려는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이 될 때 이뤄진다고 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도 80년대생, 밀레니얼 혹은 갈라파고스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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