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햄릿 (양장) - 160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십대의 나는 ‘햄릿’을 ‘무능한 남친’으로 봤다. 열렬히 고백하던 오필리아에게 어느 순간 냉랭해지고 죽게 만들어버리는 남자였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지도, 비틀린 사랑에 대한 이유도 알려주지 못하는, 미적지근한 남친, 그런 사람이 바로 ‘햄릿’이었다.

그 기억 때문이었을까? 전체를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To be or not to be’로 전체를 아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 바로 <햄릿>이었다. 이번 더스토리 출판사에서 1603년 오리지널 초판본을 표지로 한 <햄릿>이 출판되었다. 연극 무대를 텍스트로 옮겨 놓은 듯 희곡 형식으로 꾸며진 작품은 죽은 선왕 – 햄릿의 아버지 – 의 혼령이 덴마크 성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햄릿>이 이제는 복수와 치정의 혼합극으로 읽힌다. 햄릿의 복수라는 큰 줄기 안에서 클로디어스(삼촌)와 거트루드(어머니), 햄릿과 오필리아(썸녀)의 두 관계가 비극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햄릿은 인간으로서의 존재의미와 사랑, 복수, 환멸 등 다양한 결의 감정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햄릿이라는 ‘사람’의 정신을 분절시켜 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아마도 이것이 <햄릿>을 두고 마크트웨인, 프로이트 등의 대문호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희곡’이라고 평한 이유일거라 짐작한다.

범인은 여기 있습니다. 햄릿 왕자님. 왕자님도 곧 목숨을 잃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약도 효과가 없을 겁니다. (중략) 왕비께서도 독살당하셨고, 저는 더 이상- 저 왕, 왕의 짓입니다. (p.243)

하지만 삼십대인 내게 햄릿은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보다 더 확실한 복수가 있었을텐데? 범인을 알면서도 펜싱 시합을 해야했을까? 어머니를 음탕하다고 여기더라도 클로디어스의 계략에서 빼낼 수 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레어티즈가 범인을 밝히게 하는 부분은 햄릿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원망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자신의 의도를 제 입으로 밝히지 못하는 것은 다소 비겁하게 읽히기도 한다.

극 형태의 진행이 흥미로웠다. 각 인물의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반면, 직접적으로 서술된 효과는 상상의 기회를 줄여 아쉬웠다. 하지만 어떤 맥락으로든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이 작품이 대단한 것 아닐까? 언제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제대로 몰랐던 <햄릿>을 이제야 완독하게 되었다. 훗날 사십대, 오십대,,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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