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 - 인공지능에 대한 아주 쉽고 친절한 안내서
저넬 셰인 지음, 이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벌어지던 2016년, 대한민국의 관심은 AI로 쏠렸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인간 실력자의 대결. 최종 결과는 4승 1패, 알파고의 승리였다. 이후 뉴스는 ‘알파고’ 혹은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했고,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슈로까지 확대되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인 뉴스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직업 순위’에 대한 것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직업이 ‘안전’할지 따져보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속내가 숨어있다. 하나는 내 직업을 지능이 높은 기계에게 ‘빼앗기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또 다른 하나는 ‘고작 기계’ 따위에게 질 수 없다는 비웃음이다. 그 와중에 가장 재미있던 건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공무원만은 예외'라는 뉴스의 헤드라인과 '그럴 수 밖에 없지'라는 대중의 끄덕임이었다.

AI란 무엇일까.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의 저자 저넬 셰인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이라는 특정 유형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의한다. 즉, 프로그래머가 특정한 목표에 대한 성공률을 계속해서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알아내는 것이며, AI를 프로그래밍한다는 것은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한다기보다 오히려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것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특징 다섯가지를 책에서 설명한다. (1) AI가 위험한 이유는 AI가 너무 똑똑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다. (2)AI는 대략 곤충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 (3) 우리가 무슨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지 AI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4)그러나 AI는 우리가 시키는 그대로 할 것이다. 또는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5)그리고 AI는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을 택할 것이다.


책은 다섯가지의 인공지능 특징을 설명하며 'AI가 이성에게 작업거는 방법', 'AI의 아재개그' 등을 예로 든다. 인공지능과 감히 연관지어 생각하지 못했던 예시를 보며, 독자들은 '인공지능 = 지능이 높은 기계 = 내 직업을 빼앗을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했던 두려움이 괜한 것이 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저자의 그림과 설명은 너무나 이해가 쉽고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책은 전문분야라 자칫 어렵게 다가오는 부분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좀 이상하지만 재미있는 녀석들>은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감히 알아볼 엄두를 낼 수 없었던 독자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인공지능 관련 입문서 혹은 개괄서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직업은 안전하겠군.'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이 알려주는 대로 뱉어내는, 동량의 인풋/아웃풋이 작동하는 물건에 지난지 않는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결국 직업이 사라질까 걱정하던 사람들도 안도의 한숨을 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쓰레기를 넣지 않는 한 그들은 쓰레기를 만들어내지도, 그걸 뱉을 생각도 하지 못한다. 다만 쓰레기를 넣어놓고 보석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이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은 후의 효능은 바로 그 깨달음에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