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언어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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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거나 정치 지도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정당을 쉽게 옮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정당을 담장 넘어다니듯이 쉽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그 자체가 저로서는 마땅치 않다.” - 동아일보 <이낙연, 민생당 등 ‘李마케팅’에 “쑥스럽고 거북…사양한다”(4.2)>

이낙연 후보를 따르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입당 또는 복당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답했다. 이 답에서 그는 두 가지 효과를 냈다. 첫째,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드러냈다. 둘째, 정치적 신념이나 민생에 대한 고민 없이 누군가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술수를 막겠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전했다.

경제 전문 케이블 방송 ‘한국경제TV’ 파트장인 유종민 저자의 책 <이낙연의 언어>은 이낙연 후보자의 ‘말’내공을 분석한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쓰기의 언어’다. 저자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빗대어 이 후보자의 글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 후보자의 글에 대해 20년의 기자생활 덕에, 군더더기가 없고, 팩트와 감정을 명확히 구분하며 단문으로 알기 쉽게 쓴다는 특징을 꼽는다. 2부에서는 볼테르에 빗대어 ‘그의 말’을 설명한다. 특히 총리 시절,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들이 예시로 등장한다. 여기서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적에게 흥분해 약점을 보이기 보다, 상대방의 질문을 역으로 이용해 질문자가 되려 자승자박이 되는 상황을 만든다. 그가 ‘사이다’라고 불리는 이유다. 3부에서는 한지바를 통해 ‘그의 생각’을 바라본다.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을 일깨우듯 그는 무던히도 ‘중용’을 강조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민생을 먼저 돌보자는, 근본에 가닿고자하는 그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마지막 4부에서는 정치현실을 분석한다. 이 부분에서는 독자들은 정치라는 곳에서 이 후보자가 돋보이는 이유를 새삼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생각은 말과 글로 알 수 있다. 또한 말과 글은 생각을 만든다. 생각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중략) 잘 쓰고 잘 말해야 한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 <이낙연의 언어> 서문

저자는 이 책이 '이낙연이라는 '사람'에 대한 글이 아니고, 정확히는 이 전 총리의 '언어'에 대한 책이다. (p.4)’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서문에서 보듯, 누군가의 말과 글은 곧 그의 삶이요 생각의 궤적이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이낙연 후보자 ‘사람’에 대한 글이기도, 혹은 아니기도 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책은 쉽고 간결하게 그의 특징을 서술한다. 문단이 짧고 예시가 많아 이해가 돕는다. 반면, 단점도 있다. 같은 내용이 수 차례 반복된다. 이를테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찬조 연설을 다니다가 목이 상해 문자메세지의 달인이 된 사례, 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요구되는 4대 의무 외의 ‘설명의 의무’는 1부와 2부에서 중복으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책의 가장 큰 울림은 ‘이낙연 총리의 우회화법’에 있었다. 평소 질문에 맞춤하게 딱 떨어지는 답을 하지 않는다면,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해왔다. 동문서답은 이해력 부족, 우회 답변은 맞대결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었다. 하지만 책을 통한 이 후보자의 우회답변은 힘이 있었다. 저자의 표현처럼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효과를 냈다. 특히 상대방이 추진력을 잃고 오히려 자신의 질문에 이용당하는 모습은 정치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표현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힘을 알고 나니, 나도 구사하고 싶어진다. 간혹 정치인들의 말을 듣고 보며 혀를 찬다. 이 책을 통해 일부 그런 오해들도 해소되었다. 또, 말과 글에 대한 생각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이낙연의 언어>는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이해를 넓힘과 동시에 말과 글이라는 ‘언어’를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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