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맘쇼 - 개그우먼 엄마들의 리얼 전투 육아기
정경미 외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여자, 아내, 며느리, 직장인, 엄마. 여성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역할갈등 중의 최고는 뭐니뭐니 해도 ‘엄마’아닐까. 인구절벽이 도래했다지만 많은 여성들이 엄마되기를 희망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엄마인 여성들은 굳이 엄마될 필요 없다 말한다. 가진 자의 복에 겨운 소리인걸까? 책 <투맘쇼>를 보며 ‘복에 겨운 것 맞네’ 싶었다. 읽고나면 너무 부러워지는 건 나만의 마음이 아닐게다.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이것은 육아에세이인가 코믹북스인가.

- 김가연(탤런트), <투맘쇼> 추천사 중 일부

책 <투맘쇼>는 실제 <투맘쇼>를 진행하고 있는 개그우먼 김경아, 조승희, 정경미가 쓴 결혼과 육아에 대한 에세이다. 전국 투어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투맘쇼>는 세 개그우먼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원하기 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그 시간안에 엄마들을 위로하는 쇼를 만들고 싶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장소 대관은 정경미가, 회계와 관련한 각종 업무는 조승희가, 시나리오나 대본은 김경아가 맡았단다. 주인공들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얻었지만, 그것이 꽃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생활이 바뀌고, 매순간 엄마로서 부족한 건 아닌지 고민하고, 경력이 끊기지는 않을까 걱정한단다.

(여기서 미리 알아둘 것 한가지. 김경아, 정경미는 실제 육아맘이지만, 조승희는 미혼이다.) 책은 참 잘 짜여져있다. ‘시즌1. 결혼인가 전투인가’은 김경아, 정경미라는 개그우먼이 결혼하고 남편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시즌2. 육아인가 전투인가’은 육아 초반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시즌3. 출퇴근인가 전투인가’에서는 경력과 엄마 사이에 고뇌하는 그녀들을 볼 수 있고, ‘시즌4. 전쟁인가 평화인가’에서는 변덕스러운 아이들 덕에 웃고 우는 엄마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구성의 백미는 매 시즌 오프닝과 엔딩의 책임지고 있는 조승희의 멘트다. 두 엄마 개그우먼과 함께 육아에세이를 쓰고 육아 관련 쇼를 하는 것도 어려웠을텐데, 책에서 이를 알맞게 배치해 한 명의 미혼이 외로워보이지도, 두 명의 엄마가 과해보이지도 않는다. 아주 맞춤한 구성이다.

물론, 내용도 찰지다. 그래서 '리얼 전투 육아기'라는 부제를 달 수 있었을 터. 회사에서 보면 보통 일 잘하는 동료가 뭐든 잘한다. 말도 재밌게 하고, 성격도 좋고, 놀기도 잘 논다. 책을 보면서도 그 생각을 했다. 웃기기까지 한 개그우먼들이 글도 이렇게 잘 쓰다니. 현실육아를 살아내면서 적은, 진정성 200%의 글이라 그런걸까. 아직 아이가 없는 기혼녀이지만 여러 지점에서 같이 울고 웃었다.

빵 터져 한참 웃었던 77p


정경미는 오랜 시간 연애하고 결혼하자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언제? 혹시? 라며 임신여부를 많이 물어봤다고 한다. 여기에 그녀는 “나도 하루빨리 엄마가 되고 싶었기에 ‘저 배 속에 아이 있어요.’라고 빨리 대답하고 싶었다. (p.13)”고 말한다. 어쩜, 지금 내 마음같은지. 나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묻고 여러 번 대답하고 있다. 그 와중에 대답을 하면 할수록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그 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책에는 미혼인 조승희와 육아맘인 정경미, 김경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기에 딱 그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다. <투맘쇼>를 읽으며 아이나 육아에 대한 환상을 더듬어보고, 우리 부부의 결혼생활을 돌이켜봤다.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짓고, 누군가가 했던 임신공격이 불쑥 떠올라 화가 나기도 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언제나처럼 봄이 왔다. 주말 날씨는 화창하다. 책 <투맘쇼>는 봄처럼 따뜻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책이다. 나는 오늘부터 저자 세 명을 더욱 응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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