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사용설명서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외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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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마음이 복잡했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토론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회원 한 명이 참여는 하지 않고, 사안마다 (대안없이)반대를 하는 통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결국 이럴거면 모임에서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 얘기했고, 그 회원은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새해가 되어 좋은 마음으로 서로 메일을 주고받긴 했지만, 나로서는 예전처럼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나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p.175) 이런 마음이었다. 시작을 했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완결해야 하는데, 내게 그 회원의 자세는 ‘누군가 알아서 대신하겠지’라며 떠미는 태도로 보였다. 운영자로서 매우 화가 났었다. 책에도 이런 사례가 등장한다. 거의 매일 화를 내는 39세 롤랑드는 사소한 것에 큰소리로 욕을 하고 문을 쾅 닫는 등 분노를 여실히 드러낸다. 책 <감정사용설명서>는 설명한다. '분노는 자신의 바람과 생각에 맞게 굴러가기를 요구하는 행위’라고. 즉, 자신의 의견이 옳고 자기 생각만이 진짜라고 확신해, 다른 사람들이 나름 옳다고 여겨지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권리를 앗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독불장군의 자세라고나 할까?


저자 롤프 메르클레와 도리스 볼프 부부는 책 <감정사용설명서>에서 위와 같은 사람들이 다양한 순간 만나는 ‘감정’을 설명한다. 심리치료사인 부부는 여러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불안, 걱정, 두려움, 질투,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심리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공동으로 PAL출판사를 설립해 책을 펴냈다. 해당 출판사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심리치료사들이 직접 쓴 실전 그대로의 생활심리학을 출간한다‘는 것을 모토로 한다고 한다. 이번 책은 한국어판 출간 10주년을 맞이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어떻게 하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누릴 수 있는지, 그리고 두려움, 망설임,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p.7)

저자 부부는 ’생각을 통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p.25)‘며 감정의 악순환을 끊고 누구나가 더 행복하고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책 <감정사용설명서>를 펴냈다. 핵심은 명확하다. 바로 사람은 생각한 대로 느끼며, 스스로 자신의 기분과 감정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을 아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감정이라는 것의 정체를 다룬다.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 몸과 마음을 좌우하는지 설명한다. 2부에서는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 우울증, 자신감 부족,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감정 치료법을 설명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부다. 저자들은 일정 패턴에 따라 각 감정을 설명한다. 즉, '감정의 정의 – 내담자 사례 – 내담자의 감정 상태 – 건강한 생각 1~2에 따른 분석 –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제안'의 순서다. 여기서 건강한 생각에 주목하자. 책의 뿌리이자 감정을 이해하는 열쇄다. 책에서 건강한 생각이란 '1. 사실에 근거를 둔다. 2. 우리가 바라는 기분과 행동에 이르도록 도와준다'는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두 원칙으로 생각을 점검한다면, 도움이 되는 생각과 해가 되는 생각을 구별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불행, 두려움, 절망, 분노의 감정을 피하거나 극복하고자 한다면, 자꾸만 사실에 근거한 사고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p.43)

책을 읽으며서 ‘그간 내가 너무 감정의 노예로 살았던 건 아닌가?’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토론모임의 회원에 대한 감정도, 직장 생활을 하며 느꼈던 대부분의 감정들도 사실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누가뭐라하든 상대방의 생각과 무관하게 내게 떠오르는데로 감정을 만들어 버리는 즉, 책에서 말하는 ‘현실을 일그러뜨리는 안경을 쓰고 자신과 상황을 보고(p.40)’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책은 감정에 대한 ‘셀프헬프 프로그램’을 보여준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나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근간이 감정에 대한 이해이며, 건강한 생각을 통한 감정에 대한 분석이다. 책에서 저자들은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조한다. 스스로를 존경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도 당신을 존경할 수 없으며, 또한 스스로를 존경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할 수도 없다. 즉,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남을 사랑하는 데 있어 전제라는 의미다.

책을 읽으면서 토론모임 뿐 아니라 과거에 나를 괴롭혔던 여러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선배들이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피해의식에 압도되어 항상 열을 냈던 동아리 일, 세제를 사자는 동료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가 덤탱이를 쓰고 화가났던 기억. 남편에게 화풀이했던 일 등. ‘감정이 있어야 무릇 인간이 아니겠느냐’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으로 내 건강과 마음을 갉아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을 통해서 이런 마음들을 되돌아보고 내게 떠오르는 감정들을 내가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아간 것 같다. 간결한 문장으로 알기 쉽게, 풍부한 사례로 뒷받침해주는 <감정사용설명서>는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다. 감정 때문에 힘들고 괴롭고 그래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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