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결국 무엇일까?
이제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닿는다. 바이러스란 결국 무엇일까? 저자는 일종의 ‘블랙스완’이라고 설명한다. 블랙스완이란, 지금껏 봐왔던 백조가 흰색 깃털을 가졌기에 모두 흰색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검은 깃털을 가진 백조를 발견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바로 블랙스완은 “과거 경험상의 관측값을 벗어난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고(희귀성),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며(엄청난 충격 파장),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소급하여 예견할 수 있는(예견의 소급 적용) 속성을 지닌다. (p.29)”고 설명한다. 이마를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제 처음 대면했고(희귀성), 발생한 후에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강력한 것을 알았고(엄청난 충격 파장), 또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에야 대항할 백신을 만들 시도를 한다는 것(예견의 소급 적용) 자체가 딱 현재에 들어맞는 설명이다.
너무 참담해하지 말자. 바이러스에 대해 희망적인 얘기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어서야 한다.(p.36)"고 저자는 말한다. 즉, 바이러스가 치명적이려면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재조합 등의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이 과정은 일반 자연숙주와 사람을 연결하는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의 몸속에서 일어나며, 코로나19의 경우, 철산갑이라는 빈치목 동물이 중간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전파자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저자는 영국의 발표를 인용한다. 1997년 옥스퍼드대학 울하우스는 "과거 전염병의 전파율 측정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많은 전염병 발생에서 특정 집단 내 소수의 감염 환자 20%가 전체 감염 환자 80%에게 감염시킨다는 20/80 경험법칙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p.64)"는 언급하는데, 코로나19 현 상황에서 31번 확진자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책은 다양한 바이러스의 특징을 언급한다. 게릴라 전술을 사용하는 바이러스(p.106), 난폭성을 줄이며 오래 살아가는 전략을 택하는 바이러스(p.110), 우리와 가까운 - 헤르페스 바이러스(단순포진, 대상포진 등), 레트로 바이러스(에이즈 등), 파필로마 바이러스(사마귀 바이러스 등) - 바이러스(p.123), 역으로 사람 바이러스가 동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는 경우(p.204)까지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 쇼크>는 어떤 책인가?
책은 시의적절하게 등장했다. 마침 바이러스에 대해, 박쥐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만난 더할나위없이 반가웠다. 책은 '바이러스'를 중심에 둔다. 바이러스의 구조, 생태, 창궐, 감염 등 그 자체로서의 특징을 많은 부분에 할애한다. 하여 에볼라, 지카, 메르스, 사스, 홍콩독감 등 역사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바이러스의 실체를 개괄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가 매우 전문적이어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혜성처럼 등장한 책이다 싶었는데, 살펴보니 이 책의 1쇄는 2016년에 나왔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이해 개정판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흔적이라는 증거는 더 이다. 책 전면에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마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전 정권의 표현으로,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변경되었다.
HIV가 인류에게 처음 출현한 것은 아마도 1920년대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지역이라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에볼라가 처음 출현한 곳도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지역 근처이다. 19세기 말,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 개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1890년대부터 밀림 개척, 광산 개발, 벌목 등을 위하여 킨샤시에서 중앙아프리카 열대밀림 깊숙한 곳까지 증기선 운항이 시작되었다. 열대우림 밀림 지역에 철도와 각종 도로가 건설되면서 원주민들과 외부인들의 굥류가 시작되고, 마음과 마을간 굥류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부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인부들을 위한 고기 수요가 증가하여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파는 부시미트Bush meat가 성행하였다. 사냥이나 도축 등의 과정을 통해 침팬지에게서 사람으로 우연히 전염이 되엇을 것으로 보는 설이 유력하다. 이와같이, HIV의 출현은 에볼라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p.157)
마지막으로 책을 보며 (엉뚱하지만)다시 한번 '채식'을 지향하겠다고 결심했다. 바이러스는 결국 사람이 자연을 파괴할 때 전파되고 감염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 잠들어 있다. 언제나 그들을 깨운건 인류였다. 아마존의 산림을 불태워 농장과 경작지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잠자던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을 만나 변형되고, 그 동물들이 사람과 만나며, 결국 바이러스 사태를 만들었던 것이다. 저자도 강조한다. "인간이 야생 생태계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p.85)"이라고. 바이러스에서 시작해 채식까지 닿았다. 어렵고 고단했지만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듯하여 충만한 기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살기위해, 알기위해,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