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쇼크 -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 최신증보판
최강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77. 2월 25일 17:30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다. 사망자는 10명에 이른다. 중국의 우한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해 ‘우한폐렴’으로 불렸던 이 바이러스는 2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COVID-19)’로 정식 이름을 부여하기까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완전 박멸은 가능할 것일까? 여러 궁금증이 생기는 지금,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책 <바이러스 쇼크>를 만났다.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전문가인 최강석 박사는 책을 통해 바이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박쥐, 바이러스의 실체, 전염병, 인류에 대한 위협 등을 다룬다.


왜 우한이었을까?






논문에 따르면 2019년 12월 1일, 우한시에서 고열과 기침을 동반한 최초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 3명의 폐렴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 환자 중에는 우한 재래시장(화난 수산물 도매시장)을 방문한 사람도 한 명 포함되었다. 나흘이 지난 12월 중순 이후 우한 재래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매일 폐렴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p.72)


중국 우한 진위탄 병원 후앙 박사 등 중국 과학자들이 의학저널인 <랜싯 Lancet>에 최근 긴급 발표한 내용이다. 중국 과학자들 역시 우한 재래시장을 신종 코로나의 첫 발현지로 꼽는다. 먼저 바이러스 출현의 기본 요건을 살펴보자. 바이러스는 숙주 안에서 살아간다. 이때 숙주가 대규모 집단으로 서식하고, 숙주 간 접촉이 빈번하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단다. 결국 바이러스는 (1)숙주가 존재하고, (2)그 숙주의 개체수가 많아 무리지어 생활하고, (2)다양한 동물 종과 접촉빈도가 높을수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퍼져나간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1일 시작해, 2020년 2월 25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2,690명의 사망자를 냈다. 우한의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라쿤, 도마뱀, 철산갑 등 희귀한 야생동물을 100여종 넘게 판매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쥐를 바이러스 시작점으로 가정할 경우, 중국 우한의 수산물 도매시장이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는 의미로 읽히는 부분이다. “재래시장에서는 가축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도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그곳에서 팔고 있는 야생동물이다(p.75)”라고 저자도 덧붙인다.


왜 바이러스는 퍼지는걸까?


그렇다면 모든 바이러스가 대규모 숙주를 만나면 발현되는 것일까? 저자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은 어디에나 있다. 그 배경에는‘푸시&풀(Push&Pull)’이 작동한다.(p.76)”고 말한다. 바로 바이러스 창궐의 첫 번째 조건이 바로 '푸쉬&풀 여건'이다. 여기서 푸쉬(Push) 여건은 특정 지역에 인구 집단이 이전에 비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작동하는 걸 말한다. 예를들어 한 지역에서 인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자연스레 다른 동물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고, 그곳에서 쫓겨난 동물들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게 된다. 이런 조건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에볼라, 에이즈 등 이라고 한다. 풀(Pull) 조건은 인구 밀집이 가속화되면서 농축산물의 대량생산이 일어나고, 이를 위한 농경지나 과수원 등이 야생 동물로부터 먹이감이 될 때를 말한다. 가뭄과 산불로 보루네오에서 쫓겨난 과일박쥐가 말레이시아 양돈장 내 과수원을 습격하면서 인부들 사이에 출현한 니파 바이러스가 그 사례라고 한다. 즉, 저자는 우한 수산물 시장에 박쥐 고기를 팔기 위해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도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푸쉬&풀 환경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말한다.


일단 박쥐가 범인이 분명하다고 전제하고 설명해 보자. 우리는 그럴듯한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 인간이 돈벌이를 위해서 야생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들을 마구 포획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진 박쥐가 운이 없게도 사람들의 손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 박쥐 바이러스는 박쥐를 잡아서 재래시장 한 편에 가두고 있는 동안 다른 포유동물과 접촉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을 것이고, 또는 박쥐 고기를 팔기 위해 도축하는 과정에서 시장 상인이나 구매자 등과 긴밀하게 접촉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박쥐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넘어올 수 있는 티켓을 부여잡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이 맞다면, 그것은 인간 스스로 강제적인 푸시&풀 조건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p.80~81)



인간이 자처한 상황이라는 의미. 여기에 박쥐의 특성도 바이러스 창궐을 도왔다. 두 번째 요건은, 박쥐다. 박쥐는 도대체 어떤 생물일까? 그간 여러 설을 들었데, 책에 정확히 설명되어 있다. “박쥐가 바이러스에 죽지 않고 공생하면서 전파매개체가 된 것은 박쥐의 독특한 면역체계 때문이다. 박쥐의 체온은 다른 포유류보다 2~3도 정도 높다. 고온에선 바이러스 활동성이 떨어지고 백혈구 등은 활성화된다. 또한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면 인터페론이라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이 만들어지는데, 박쥐는 이 인터페론이 항상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p.7)” 생리학적으로 바이러스에 강하고 이를 잘 보유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동면할 때의 박쥐는 저체온과 대사 저하 상태를 유지한다. 이 상태는 박쥐의 면역기능을 억제시키고 그 결과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 청소를 늦춰 지속적으로 감염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고 한다. 박쥐가 가지는 종 특성도 한 몫한다. 현재 지구상에 서식하는 포유동물은 약 5천여 종으로 이 중 박쥐 종은 약 25%(1,240종)를 차지한다. 또 박쥐는 집단으로 무리 생활을 하고, 긴 수명을 갖고 있으며 2000km를 이동할 수 있는 특징도 있다. 결과적으로 박쥐는 생리적으로 바이러스를 잘 유지할 수 있고, 생태학적으로 널리 퍼트릴 수 있는 최적의 야생동물인 셈이다.


마지막 요건은, 야생동물의 음식문화이다. 체질적으로 바이러스를 잘 품고(?)있는 박쥐가 야생동물의 음식에 영향을 준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과일박쥐다. 과일박쥐는 먹이로 과일을 먹고, 과일을 소화시키는 대신 씹어 삼킨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소화되지 않은 과일 조각을 토해내는데 만약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일박쥐가 토해낸 과일 조각을 다른 동물들이 먹고, 이 동물과 다른 동물 혹은 가축이 접촉하고, 결국 인간에게도 옮겨올 수 있다고 한다. 이 근거로 저자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든다. 치명적이기로 유명한 - 지렁이 모양 -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원숭이들이 과일박쥐와 먹이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바이러스 결국 무엇일까?


이제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닿는다. 바이러스란 결국 무엇일까? 저자는 일종의 ‘블랙스완’이라고 설명한다. 블랙스완이란, 지금껏 봐왔던 백조가 흰색 깃털을 가졌기에 모두 흰색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검은 깃털을 가진 백조를 발견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바로 블랙스완은 과거 경험상의 관측값을 벗어난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고(희귀성),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며(엄청난 충격 파장),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소급하여 예견할 수 있는(예견의 소급 적용) 속성을 지닌다. (p.29)”고 설명한다. 이마를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제 처음 대면했고(희귀성), 발생한 후에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강력한 것을 알았고(엄청난 충격 파장), 또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에야 대항할 백신을 만들 시도를 한다는 것(예견의 소급 적용) 자체가 딱 현재에 들어맞는 설명이다.



너무 참담해하지 말자. 바이러스에 대해 희망적인 얘기도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넘어서야 한다.(p.36)"고 저자는 말한다. 즉, 바이러스가 치명적이려면 돌연변이나 바이러스 재조합 등의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이 과정은 일반 자연숙주와 사람을 연결하는 중간 전파 매개체 동물의 몸속에서 일어나며, 코로나19의 경우, 철산갑이라는 빈치목 동물이 중간매개체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전파자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저자는 영국의 발표를 인용한다. 1997년 옥스퍼드대학 울하우스는 "과거 전염병의 전파율 측정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많은 전염병 발생에서 특정 집단 내 소수의 감염 환자 20%가 전체 감염 환자 80%에게 감염시킨다는 20/80 경험법칙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p.64)"는 언급하는데, 코로나19 현 상황에서 31번 확진자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책은 다양한 바이러스의 특징을 언급한다. 게릴라 전술을 사용하는 바이러스(p.106), 난폭성을 줄이며 오래 살아가는 전략을 택하는 바이러스(p.110), 우리와 가까운 - 헤르페스 바이러스(단순포진, 대상포진 등), 레트로 바이러스(에이즈 등), 파필로마 바이러스(사마귀 바이러스 등) - 바이러스(p.123), 역으로 사람 바이러스가 동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는 경우(p.204)까지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 쇼크>는 어떤 책인가?


책은 시의적절하게 등장했다. 마침 바이러스에 대해, 박쥐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만난 더할나위없이 반가웠다. 책은 '바이러스'를 중심에 둔다. 바이러스의 구조, 생태, 창궐, 감염 등 그 자체로서의 특징을 많은 부분에 할애한다. 하여 에볼라, 지카, 메르스, 사스, 홍콩독감 등 역사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바이러스의 실체를 개괄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를 설명하기 위한 용어가 매우 전문적이어서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혜성처럼 등장한 책이다 싶었는데, 살펴보니 이 책의 1쇄는 2016년에 나왔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이해 개정판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흔적이라는 증거는 더 이다. 책 전면에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마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전 정권의 표현으로,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변경되었다.

HIV가 인류에게 처음 출현한 것은 아마도 1920년대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지역이라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에볼라가 처음 출현한 곳도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지역 근처이다. 19세기 말,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 개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1890년대부터 밀림 개척, 광산 개발, 벌목 등을 위하여 킨샤시에서 중앙아프리카 열대밀림 깊숙한 곳까지 증기선 운항이 시작되었다. 열대우림 밀림 지역에 철도와 각종 도로가 건설되면서 원주민들과 외부인들의 굥류가 시작되고, 마음과 마을간 굥류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부들이 대거 동원되면서, 인부들을 위한 고기 수요가 증가하여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파는 부시미트Bush meat가 성행하였다. 사냥이나 도축 등의 과정을 통해 침팬지에게서 사람으로 우연히 전염이 되엇을 것으로 보는 설이 유력하다. 이와같이, HIV의 출현은 에볼라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p.157)

마지막으로 책을 보며 (엉뚱하지만)다시 한번 '채식'을 지향하겠다고 결심했다. 바이러스는 결국 사람이 자연을 파괴할 때 전파되고 감염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 잠들어 있다. 언제나 그들을 깨운건 인류였다. 아마존의 산림을 불태워 농장과 경작지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잠자던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을 만나 변형되고, 그 동물들이 사람과 만나며, 결국 바이러스 사태를 만들었던 것이다. 저자도 강조한다. "인간이 야생 생태계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p.85)"이라고. 바이러스에서 시작해 채식까지 닿았다. 어렵고 고단했지만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듯하여 충만한 기분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 살기위해, 알기위해, 읽어볼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