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때려치우고 동네 북카페 차렸습니다 - 회사 밖에도 길은 있다, 행복 충만한 두 번째 인생 성황리에 영업 중!
쑬딴 지음 / 잇콘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인의 절반은 호프집을, 다른 절반은 북카페 차리는 꿈을 꾼다'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나올 때 들었던 말이다. 나는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을 나왔다. 회사에서 한창 잘 팔리는 입사 3년차 였을 때다. ‘글쓰는 일을 하다가 북카페를 차리고 싶다’가 퇴사 사유였다. 회사에 계신분들은 모두 말렸고, 친구들은 멋있다고 했고, 부모님은 걱정하셨다. 퇴사하는 날 만난 (퇴사사실을 모르고 있던) 한 팀장님은 "얼굴이 좋다. 무슨 좋은 일 있냐?"고 물어 "퇴사해서 너무 좋아요!"라고 답했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글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다가, 소속감에 목 마를 때 지금의 회사로 들어왔다. 나는 다시 월급뽕에 취해사는 직장인이 되었다.



대기업의 16년차 과장이었던 술딴은 두바이 주재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붉은색 융단만 놓여있을 듯한 그의 인생에 어느 날 인사고가 D가 떨어지고 만다. 아무런 부연 설명을 해주지 않는 조직 앞에서 역할이 끝났다고 느낀다. 자연스레 ‘회사가 다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 실행하기에 이른다.


물질적인 풍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결국 힘이라는 걸 믿어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은 다 필요 없습니다. 사람이 마지막이고 시작입니다. (중략) 인공지능이 삶을 지배하는 세상이라도, 결국 우리는 사람들과 살고 있습니다. (p.21)


술딴은 김포 신도시에 한 동네 북카페를 차린다. 타니라는 개가 사장으로 있는 곳이다. 보통의 북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안주나 먹거리가 없고 술과 막걸리를 판다는 정도. 카페 인테리어는 1000만원 미만, 대부분의 책과 가구도 지인들을 수소문해서 받은 중고로 꾸몄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보다 ‘아지트’같이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술딴의 의지대로 카페는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혹은 막걸리를 마시며 사장과 이야기를 하거나, 말 그대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이 책은 주인공 술딴의 회사생활과 퇴사, 북카페 오픈기를 담고 있다. 책의 초반에는 퇴사를 권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종반부 <혼자서 해보는 인터뷰>나 <10년 후의 내 모습>을 보면 이 책은 다름없는 그의 에세이다. 저자는 10년 후에 꿈꾸는 모습을 솔직하게 내놓는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는 카페 분점을 3개 정도 내고, 일주일에 3회정도 기업에 강연을 다니고, 사회 봉사도 하고, 족구도 하는 그런 삶을 말이다. 책은 참 편하다. 그가 카페에 추구하는 바람을 닮았다고 할까. "당신을 둘러싼 수많은 문들 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하면 되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저자. 다시 월급뽕에 취해 하루에도 열두번씩 퇴사를 꿈꾸는 내게는 참 멋지고 부러운 모습이다. 지리한 직장 생활을 끝내고 과감히 퇴사를 하고 싶다면, 책, 술, 사람처럼 편안하게 무언가를 찾아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