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사례를 길게 말했는데요, 책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동물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만화로 표현되어 이해가 쉽고 그만큼 잔혹함이 더 와닿기도 합니다. 또 작가는 동물복지 농장도 소개합니다. 동물복지 농장이란, 동물의 서식 환경을 조금 더 동물 편의데로 만들어 놓은 농장인데요, 안타깝게도 이것도 동물소비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동물들이 조금 더 나은 상황에서 살 수 있도록 하고, 동물의 권리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공장식축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간 개념인거죠. 일반인들이 동물복지 농장을 확인하는 방법은 동물복지’ 마크와 ‘유기축산물’ 마크에 있습니다. 두 마크는 본연의 습성대로 존중받으며 사는 동물들이 낳은 제품에만 붙일 수 있거든요. 계란을 살 때는 각 알에 붙어있는 시리얼번호의 끝자리가 1 또는 2인지 보면 되요. 1이 완전 자연상태라면, 2는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란 닭의 알이랍니다.
동물 해방이란 동물 복지와 다른 개념입니다. 동물 복지가 동물을 사람의 소유 안에 두고 동물의 안위를 챙기는 것이라면, 동물 해방은 인간이 동물 위에 군림하는 종차별주의가 해제된 상태, 즉 동물이 그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를 말하죠. (p.372)
책은 이외에도 비건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공격당하는 포인트 ‘식물은 안불쌍해?’도 다룹니다. 작가는 이 지점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조곤조곤 설명하는데요, 식물에게 뇌와 신경, 통각세포가 없다는 설명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식물은 빛이나 물 등의 자극에 반응할 뿐, 누군가 삼키고 씹는다고 해서 아픔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해요. 또 사슴이나 새들도 식물을 먹고 번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식물은 오히려 동물들이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비건이라기 보다 비건의 삶의 지향합니다. 고기도 좋아하고 채소도 좋아해요. 하지만 하루 한 끼는 꼭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채웁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 방향이 제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건을 편협한 여성주의라며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극단적인 사고라고 비난하는 분들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삶이든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처럼, 비건을 추구하는 삶도, 동물의 생명도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성차별이, 대상화가, 누군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고에서 시작되는 개념이듯, 동물소비도 ‘사람이 동물보다 우위’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생명에 우열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 지구에 산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맙시다. 저 또한 오늘 밤 이 영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한 때 빠져있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16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한 말이예요. 그는 비건을 추구하며 고기를 쓰지 않는 식품회사에 투자하고, 비건을 추구하는 광고에만 나가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비거니즘은 소소하지만 거대합니다. 그만큼 <나의 비거니즘 만화>도 편안하고 묵직합니다. 불완전하지만 동물을 생각하고, 저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저는 오늘도 비거니즘을 지향합니다. 저녁으로 버섯볶음 반찬을 만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