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거니즘 만화 - 어느 비건의 채식 & 동물권 이야기
보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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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이어트를 계획합니다. 자연스레 건강식을 알아봤고 그 갈래로 ‘자연식물식’과 ‘채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가능한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간헐적 채식주의자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회식 때는 간혹 고기나 회를 먹기도 하거든요. 채식과 비건을 지향하면서 알게 된 점은 ‘채식도 참 맛있다’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작가 보선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말 그대로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을 뜻하지만 그 말 안에는 식생활을 넘어 전반적인 생활양식과 가치관, 신념이 담겨 있어요. (p.19)

책은 ‘보선’의 ‘비거니즘’을 ‘만화’로 표현했습니다. 작가가 비거니즘을 알게되고 실천하며 경험한 일들, 동물해방, 채식의 영양과 환경 등 책은 ‘비거니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냅니다. 책은 비건의 정의와 단계로 시작해요. 보통 비건은 '맛없는 식물을 먹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비건에도 여러 단계 - (대표적으로)비건, 락토, 오보락토, 페스코, 폴로, 플렉시테리언, 프루테리언 - 가 있습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채식을 추구하지만 회식 때마다 고기나 회를 먹는 저의 삶은 플렉시테리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거니즘이란 종 차별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p.32)

책은 비거니즘, 특히, 생명을 대하는 마음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비거니즘을 단순히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보다 “나를 포함한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고 고통을 줄이는 데 있다(p.35)”고 설명합니다. 사람 생김새와 삶의 모습이 다양하듯, 인간을 포함한 존재를 대하는 태도도 여러 가지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 중의 하나가 곧 채식이고, 비거니즘이라고 말합니다. 즉, 삶의 방향 중 하나라는 설명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모습을 그 자체로 인정하듯, 삶에 대한 태도도 그 사람 고유의 것이며 존중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채식을 공부하면 꼭 만나는 개념이 동물권입니다. 동물권이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 당하지 않는 등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견해입니다. 동물권이 비거니즘과 연결되는 이유는, 비거니즘이 동물을 ’음식‘으로 보는 태도를 반대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은 <음식 이전의 삶> 시리즈로 송아지, 닭, 돼지 등의 동물이 음식으로 다뤄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묵직하게 설명합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소’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저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우유는 젖소가 1년 365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작가 보선은 ‘음식 이전의 삶, 젖소’편에서 이걸 심도있게 다룹니다. 그 일부를 소개합니다.

사람이 아이를 품게되면 젖이 나오듯, 소가 송아지를 품어야만 우유(젖)가 나옵니다. 임신한 어미소는 우유산출량을 높이기 위해 조명, 사료, 온도 등이 통제된 환경에서 살아가고, 305일간 매일 40kg의 우유를 짜냅니다. 이게 인간이 먹는 우유가 되는 거예요. 소는 보통 이 과정을 평균 3년 동안 3회 반복하고, 착유량이 줄어들게 되면 도축장에 끌려가 가공육이 된다고 해요. 그럼 송아지는 어떨까요? 송아지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3일 정도만 초유를 먹고 엄마소랑 이별하게 된데요. 이때 송아지는 우유가 아닌 우유 대체물을 먹고 자라게 되는 겁니다. 작가는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을 더 보탭니다. “소는 어미와 새끼의 유대감이 큰 동물이라 새끼를 빼앗긴 어미 소는 스트레스가 심해 며칠 동안 울기도 한다(p.102)”라고요. 이제 막 세상밖으로 나온 아가를 어미와 강제 격리시키는 것과 동일한 상황, 어떻게 보시나요?

소의 사례를 길게 말했는데요, 책에는 이보다 더 다양한 동물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만화로 표현되어 이해가 쉽고 그만큼 잔혹함이 더 와닿기도 합니다. 또 작가는 동물복지 농장도 소개합니다. 동물복지 농장이란, 동물의 서식 환경을 조금 더 동물 편의데로 만들어 놓은 농장인데요, 안타깝게도 이것도 동물소비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동물들이 조금 더 나은 상황에서 살 수 있도록 하고, 동물의 권리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공장식축산에서 한 발자국 나아간 개념인거죠. 일반인들이 동물복지 농장을 확인하는 방법은 동물복지’ 마크와 ‘유기축산물’ 마크에 있습니다. 두 마크는 본연의 습성대로 존중받으며 사는 동물들이 낳은 제품에만 붙일 수 있거든요. 계란을 살 때는 각 알에 붙어있는 시리얼번호의 끝자리가 1 또는 2인지 보면 되요. 1이 완전 자연상태라면, 2는 동물복지 농장에서 자란 닭의 알이랍니다.

동물 해방이란 동물 복지와 다른 개념입니다. 동물 복지가 동물을 사람의 소유 안에 두고 동물의 안위를 챙기는 것이라면, 동물 해방은 인간이 동물 위에 군림하는 종차별주의가 해제된 상태, 즉 동물이 그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를 말하죠. (p.372)

책은 이외에도 비건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공격당하는 포인트 ‘식물은 안불쌍해?’도 다룹니다. 작가는 이 지점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조곤조곤 설명하는데요, 식물에게 뇌와 신경, 통각세포가 없다는 설명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식물은 빛이나 물 등의 자극에 반응할 뿐, 누군가 삼키고 씹는다고 해서 아픔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해요. 또 사슴이나 새들도 식물을 먹고 번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식물은 오히려 동물들이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비건이라기 보다 비건의 삶의 지향합니다. 고기도 좋아하고 채소도 좋아해요. 하지만 하루 한 끼는 꼭 신선한 채소와 과일로 채웁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 방향이 제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건을 편협한 여성주의라며 색안경을 쓰고 보거나, 극단적인 사고라고 비난하는 분들께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삶이든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처럼, 비건을 추구하는 삶도, 동물의 생명도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성차별이, 대상화가, 누군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고에서 시작되는 개념이듯, 동물소비도 ‘사람이 동물보다 우위’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생명에 우열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우리가 이 지구에 산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맙시다. 저 또한 오늘 밤 이 영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습니다" 제가 한 때 빠져있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16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한 말이예요. 그는 비건을 추구하며 고기를 쓰지 않는 식품회사에 투자하고, 비건을 추구하는 광고에만 나가는 걸로도 유명합니다. 비거니즘은 소소하지만 거대합니다. 그만큼 <나의 비거니즘 만화>도 편안하고 묵직합니다. 불완전하지만 동물을 생각하고, 저와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저는 오늘도 비거니즘을 지향합니다. 저녁으로 버섯볶음 반찬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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