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결심으로 살림 간소화를 다짐했다. 물건의 충동 구매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우기. 명절을 맞이해 미뤄뒀던 살림을 정리하며,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다시 꺼내 읽었다. 동일한 내용의 넷플릭스 <곤도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가 사례 위주라면, 책은 곤도마리에의 '정리 철학과 노하우, 그리고 정리 원리'를 담고있다.
곤도 마리에는 어릴 때부터 자신감이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과 관계하기보다 마음 편하게 홀로 있는 시간을 즐겼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방에 있는 물건들에게 정을 주면서 '정리'에 눈을 떴다고 한다. 저자는 정리를 하면 환경이 단순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해야할 것'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정리가 곧 생각정리이며, 이를 통해 인생의 방향도 달라진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바로 '만졌을 때 설레는가'이다. (p.59)
저자의 원칙은 간단하다. 첫째, 정리는 한 번에, 단 기간에, 완벽하게 한다. 둘째, 모든 물건을 직접 하나씩 만져보며 소중한 것들만 남겨두는 '축제의 정리'를 한 후, 평소에는 물건을 사용하고 제 위치에 두는 '일상의 정리'만 하면 된다. 축제의 정리 방법으로는 세부적으로 (1)버린다. (2)물건의 수납위치를 정한다, 나뉜다. 이 때 물건은 품목별로 모두 꺼내 - 구역별이나, 계절별이 아닌 - 남길것과 버릴것으로 나눈다. 여기서 포인트는 남길 물건의 기준은 '설레임'이다. 곤도는 모든 물건을 직접 만져보며 설레임을 주는 지 느껴보라고 강조한다. 전기가 통하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물건은 내게 꼭 필요한 것이고, 이 기준으로 판단하면 남게되는 물건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꼭 중요한 것만 물건만 남겨둔 후, 각 물건에게는 수납 위치를 정해준다. 볼펜은 펜꽂이에, 칼은 도마옆에 둔다는 식이다. 위치를 정해줌으로써, 물건을 찾아 헤매거나 다시 집이 어지러워지는 '정리 리바운드(정리되기 전의 혼잡한 상태로 돌아가는)'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곤도마리에의 대원칙이다.
어찌보면 곤도의 방식은 너무나 당연하다. 보통 우리는 고민이 많을 때 머리가 복잡하다. A를 생각하다가 B가 생각나고, C를 고민하다고 또 D로 나의 의식은 이동한다. 곤도의 정리법은 이런 복잡하고 두서없는 흐름을 애초에 차단한다. 집 안에는 꼭 필요한 소량의 물건만 있고, 이들은 각각 명확한 위치가 있어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다. 당연하고도 편리한 방법이다.
그리고 곤도의 방식은 특별하다. 감정을 바탕으로 하기때문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생명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곤도는 물건은 소중히 다룰수록 반드시 주인에게 보답한다면서, "옷, 가방, 펜, 컴퓨터 등 평소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매일의 생활에서 든든한 조력자를 얻는다. (p.213)"고 말한다. 그저 사용하고 던져두던 물건을 다시 보게 하는 새로운 관점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저자는 집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집은 항상 같은 곳에서 일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온 주인을 위로해 주고, 기다리고, 지켜준다. 오늘은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 뒹굴어도 편하게 받아준다. 이렇게 집처럼 마음 깊고 따뜻하고 커다란 존재가 있을까? (p.237)"라며, 정리를 통해 항상 자신을 지켜주는 집에 대한 보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