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의 구조 - 출간기념50주년 제4판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홍성욱 옮김 / 까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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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심지어 친정에) 있는 이 책을 손에 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작가라는 명함을 파고 글로 밥벌이를 하던 시절, 사두었던 책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맞다면, 지금으로부터 강산이 딱 한번 변하기 전, 그러니까 2010년에 구입한 책이다. 책을 사두고,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언젠가 보겠지, 보겠지.. 하면서 미뤄뒀던 책. 부채감이라고나 할까. 그 책을 이제야 손에 들고 한 장씩 넘기며 읽었다. 정독을 하고 싶었으나 통독을 하고 말았지만.

                            

책 <과학혁명의 구조>는 말 그대로 ‘과학혁명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다룬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을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했다. 그럼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정권이 바뀌면서 등장했던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등의 개념을 언급할 때 우리는 보통 ‘패러다임’이라고 해왔다. 쿤에게 패러다임이란, 사회 구성원들에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말한다. 특히 그는 과학자 사회 안 에서의 범위로 한정해 설명한다. 결국 책에서 말하는 ‘과학혁명’이란 ‘기존의 과학적 발견을 파괴하는 과정’ 즉 ‘패러다임의 변화’로 정의할 수 있겠다.

 

쿤은 과학의 발전을 세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현재 믿고 따르는 이론을 정상과학(패러다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이라고 한다. 이 정상과학 안에서 과학자들은 뚜렷하게 밝혀진 사실, 혹은 예측 가능한 사실, 또는 조금 더 명확하게 개념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 등을 진행한다. 일종의 과학 활동이다. 그 과정에서 ‘어? 원래 알던 것과 다른데?’라며 기존 명제의 오류를 찾게 된다. 쿤은 이것을 ‘위기’라고 명명했다. 이 위기는 기존 이론에 대한 의심과 연구를 만들어내며 곧, 새로운 이론을 등장시킨다. ‘NEW 정상과학’의 탄생이다. 따라서 오류의 발견과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기까지의 시간을 쿤이 설명하는 ‘과학혁명’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정리하면 과학은 <정상과학1 > 위기 봉착 > 과학혁명 > 정상과학2 탄생>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고통스럽게 300p를 읽으며 느낀 바로는 실제와 이론의 불일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이론(혹은 원리, 혁명의 과정)을 제시했다는 점이라고 본다. 물리학을 전공한 쿤은 사실 학부시절 과학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수용된 견해’라고 불리던 과학관 – 논리경험주의적 과학철학에 대한 이론 - 이 실제와는 다르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당시 과학관은 경험에 의거한 원리를 중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차이를 학부때 인지한 쿤은 박사 졸업 후 코페르니쿠스에 대해 연구해 <코페르니쿠스 혁명(1957)> 발간했다고 과학사학자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결론적으로 경험을 중시한다는 당시의 과학이론과 과학이 개념을 정립하며 발전해가는 과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리라. 그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해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경험하며 과학사를 꿰뚫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어쩌면 과학사에 대한 이런 과점은 전 문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리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매우 고통스럽게 읽었다. 무언가를 썼지만 확신도 없다. 번역 핑계를 대고 싶다. 책은 한글인지 영어인지 알 수 없는 문장으로 가득하다. 원문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싶었던 걸까. 세상에 이런 책이 있을까 싶은 번역에 휘둘려 열었다 닿기를 반복했다. 여건이 된다면 차라리 원문을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1월 토론도서가 아니었다면 절대 읽고 쓰지 못했을 것이다.(또 하필 1월 도서라서, 이걸 안읽는다면 올해 독서가 모두 어그러질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렸기 때문인지도) 하지만 또 1월 토론도서인 덕분에 이 어려운 책을 읽어냈다. 뭐라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읽어낸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 덧, 매끄러운 번역으로 개정판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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