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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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10시 회의 주제는 <5g+전략>이었다. 기지국이 있어도 잘 터지지 않는다고 언론이 보도할 때, 한켠에서는 5g가 상용화되었으니 이를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한다. 이해와 관점이 달라 발생하는 상황이겠지. 그렇다면 5g는 과연 중요한 문제일까? 정보통신 분야 종사자라면(나는 IT관련 회사에 다닌다) 응당 이 범국가적 트렌드를 공부하고 분석하고 연구해야 하는걸까? 어쩌면 우리는 정부의 발언과 이것말고는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없다는 듯한 언론의 태도로 인해 정말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웨덴의 통계학 석학이자 의사인 한스로슬링의 저서 <팩트풀니스>는 이러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1. 간극본능 : 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생각

2. 부정본능 :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는 생각

3. 직선본능 : 세계인구는 단지 증가한다는 생각

4. 공포본능 : 두렵게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

5. 크기본능 :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려 생각하는 경향

6. 일반화본능 :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려는 경향

7. 운명본능 : 타고난 특성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

8. 단일관점본능 : 단일한 원인과 해결책을 선호하는 경향

9. 비난본능 : 왜 안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생각

10. 다급함본능 : 위험이 임박했다고 느낄 때 즉각 행동하고 싶게 만드는 본능

책은 인간의 사고 방식에 오류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한다. 그 근거는 10가지 본능이며, 이 본능들로 인해 인간은 '느낌'을 '사실'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사실'에 근거한 판단, 즉 '사실충실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이 본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우리가 '판단' 할 때 본능보다 '사실'에 기반하도록 '사고의 흐름'을 제어해야한다고 말한다. 즉, '(1)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판단은 오류를 발생시킨다 > (2)본능보다 사실에 입각해 사고해야 한다 > (3)이를 위해 사실충실성을 훈련하자'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한스로슬링은 '세계 소득 수준'을 예로 든다.

"세계 인구 다수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인류의 75%가 사는 곳인자, 사람들이 간극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곳이다. 중간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를 합치면 인류의 91%에 해당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세계시장에 편입되었으며 상당한 발전을 이뤄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산다. (중략)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나라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p.51~53)"

통상적으로 소득수준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나누는 구분은 '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간극본능'에 기인하며 이는 중간소득 국가를 제외한 사고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리고 '네 단계 소득수준'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하루에 2달러를 벌면 1단계, 2~8단계는 2단계, 8~32달러는 3단계, 32달러 이상은 4단계 입니다. 극빈층인 1단계는 세계인 70억 중 10억명이 채 되지 않으며, 2~3단계는 각각 30억, 20억명, 가장 상위인 4단계는 한국을 포함해 10억명입니다(p.55~58)" 세계 소득수준에서 시작한 이 개념은 책 전반에서 10가지 본능을 해석하는 툴로 작용하는데 바로 여기서 독자들은 궁금해진다. 세상을 둘로 나누는 간극본능은 사실 그대로의 인식을 방해하는데, 네 단계로 설명한 저자의 개념은 사실로,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걸까.

저자가 의사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책은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보인다. 특히 마지막 제언, 인류가 '진정' 고민해야 할 다섯가지 문제 - 유행병, 금융위기, 제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 - 를 보자. 저자는 "이 문제들이 왜 가장 걱정되는 것일까?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앞의 세 가지는 예전에 일어났고, 나머지 두 가지는 지금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섯 가지 모두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인간의 발전을 여러 해 또는 수십 년간 멈출 것이기 때문이다(p.338)"고 말한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정치경제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주장이겠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사실충실성에 입각한 주장일까. 혹 '(로슬링의)본능에 입각한' 판단으로 읽힐 수 있지는 않을까.

책은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본능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어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라고 정의된다. 과연 이 부분을 훈련으로 통제할 수 있는걸까? 공포본능에서 언급되는 자극적인 소재로 이목을 끄는 언론의 행태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한 다섯가지 이슈 외에 인류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없는걸까? 로슬링은 다양한 통계학적 데이터를 분석했고 근거로 삼았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데이터의 방대함에 독자들은 놀라면서 동시에 그의 논리적 흐름에 질문을 던지게 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긍정적이다. 악성 범죄는 늘고,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환경은 파괴되는 와중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근거를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다양한 통계, 평균, 분포를 활용한다. 저자는 세상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정확한 사실 데이터를 근거로 이 세계가 나아지고 있음을 바로 보자고 말한다. 책은 읽을수록 '사실'이 무엇이고 이를 바로 '보기' 위해 필요한 사고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게한다. 독자마다 달리 해석할 수 있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데이터들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며, 이것은 생각보다 강력한 위로가 된다. 저자가 '사실충실성'에 기반해 보여준 세계는 실제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비평도서가 힐링을 주는 묘한 경험을 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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