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매출액 116억달러(약 13조), 자산총계 190억달러(약 22조), 종업원 5500명. 1997년 8월 29일 리드 헤스팅스와 마크 랜돌프가 창업한 넷플릭스의 2019년 5월 성적표다. 세계 최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는 인터넷(Net)과 영화(Flicks)를 합성한 이름이다. 이름처럼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는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스크린에서 언제, 어디서나 광고와 약정없이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14년간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창조하고 정착시켰던 前최고인재책임자 패티 맥코드가 <파워풀>을 통해 그 비결을 공개했다.

 

1장. 어른으로 대접하라

2장. 도전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라

3장. 극도로 솔직해져라

4장. 격렬하게 토론하라

5장. 원하는 미래를 '지금' 만들어라

6장. 모든 포지션에 최적의 인재를 앉혀라

7장. 직원의 가치만큼 보상하라

8장. 멋지게 헤어져라

 

저자는 서문에서 "사업 환경이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안내하는 것이 핵심(p.12)"이라며 집필의도를 명확히 밝힌다. 도처에서 그녀에게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물었으리라. 이에 대한 대답은 책에 총 8가지로 등장한다. 넷플릭스의 명성과 새빨간 표지만큼 그 비법이 특별한가를 묻는다면 그것은 '독자따라 다르다'고 답하겠다. 기업 운영 일반론에 가까운 부분도 있지만 넷플릭스의 명성을 느낄만한 유니크함도 있다. 특히 <극도로 솔직해져라(3장)>, <멋지게 헤어져라(8장)>는 내가 속해 있는 회사에 전파하고 싶은 정신이기도 하다.

책은 '인재'에 대한 강력한 믿음에서 시작한다. 직원들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성과를 만들어내는 '믿고 지지할 어른'으로 본다. 저자는 "훌륭한 팀은 모든 팀원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그곳에 가기 위해서 뭐든지 할 때 만들어진다. 인센티브나 절차, 특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략) 훌륭한 팀을 구성하기 위해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어른들, 그러니까 자기 일과 씨름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p.26) "라고 말한다. 즉, 어른이라면 자신의 일에 몰두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분투하며, 이런 고성과자들로 구성된 팀은 기업에 분명한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다. 뒤집어 보면, 성과가 곧 '그 사람의 가치'이므로 저성과자면 바로 퇴출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논리라면 일견 당연해보이는 이 기준. 과연 우리나라 조직문화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상호신뢰'를 중시하며 '솔직함'을 모델화한다. 경영진은 고위 결정권자를 포함한 회사 전체가 서로에게 개방적이고 솔직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길 원했다. 그 방법은 '시작해라, 그만해라, 계속해라' 운동이다. 동료에게 시작해야 할 것 한 가지, 그만해야 할 것 한 가지, 매우 잘하고 있고 계속해야 할 것 한 가지씩을 말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팀회의에서 시작한 이 운동을, 시스템으로 적용하고, 1년에 한번 회사 사람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보낼 수 있는 '연례 피드백 데이'를 개최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비슷한 체계가 있다. 건의나 불편사항 등을 회사에 전달할 수 공식 채널로 자신의 생각을 일종의 '투고함'에 넣으면 된다. 기명여부는 작성자의 선택. 문제는 투고함 담당자가 익명으로 적힌 투고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자와 내용의 당사자를 찾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이 와전돼 상호 불편함이 유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직원들은 더 이상 투고함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건 솔직함의 차이라기보다, 솔직함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문화의 차이로 볼 수 있을테다.

넷플릭스의 정수는 <멋지게 헤어져라>에서 드러난다. 저자 패티 맥코드는 최고인재관리담당자였던 만큼 '사람'을 중시한다. 특히, 그녀는 자신만의 알고리즘 - (1)이 사람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뭐지? (2)이 사람이 특별히 잘하는 것은? (3)이 사람이 잘했으면 하는 것은? - 을 언급하며 이 질문들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말한다. 만약 누군가에 대해 세 가지를 답해보니 현재 넷플릭스에서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직을 권한다는 게 그녀의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당키나 한 얘기일까? 몰인정해보이지만 누군가의 '쓸모'를 고민해준다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배달에서 시작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화했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 개인의 자유, 업무에 대한 책임감, 이 세 요소가 시너지를 낸 결과다. 일부 독자들은 쓸모를 다하면 다른 회사에 추천해주고, 성과가 없으면 나가게 하는 문화가 냉정하다고 비난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파워풀>을 읽으며 직원을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는 넷플릭스의 문화가 부러웠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건 회사뿐만이 아니다. 그 방법과 적용이 다를 뿐이다. 솔직하게 소통하고, 쓸모를 분석해, 사람을 데려오고 나가게 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오히려 순진해보이기까지 하는 방법같다.

 

저자가 인재책임자였던 만큼 책은 '사람'에 대한 경영방침을 상당부분 할애하고 있다. 전반부가 넷플릭스의 일반적인 얘기라면 후반부는 성과지표의 설정, 인재채용의 원칙, 경영진과 일반직원의 소통 등 인재책임자로서의 관심사항을 담고 있다. 인사관리 담당부서에 있는 사람들이기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이유다. 반면, 인재최고책임자가 아닌 인재담당자 또는 개발부서의 엔지니어와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있었다면 넷플릭스를 더욱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책에는 다양한 넷플릭스의 작품과 제작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숨은 사연을 알고나니 더 구미가 당긴다. 책에서 언급된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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