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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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헬기에서 환자를 들 것에 실어 나오는 장면을 뉴스에서 봤다. 선두에 그가 서 있었다. 지난달 故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읊고 있었다. 그것이 두번째였다. 의사라면 환자를 구하는 것이 당연지사요, 같은 의료계라면 누군가 떠나는 길에 추도사 정도는 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는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으로 재직중이다. 동시에 의료계에서는 왕따이며, 병원에서는 외톨이다. 선진국의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 애쓰는 외상외과 전공의이기 때문이다. 그 선진국형 시스템이라는 건 크게 두 가지가 필수다. 첫째,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장소를 막론하고 즉각 헬기로 날아 실어와야 한다. 둘째,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약을 투여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의료행위와 약제 투약 기준을 한참 넘어서더라도 말이다. 책은 이국종 교수가 한국 의료계라는 척박한 현실에서 두 가지를 적용하기 위해 벌이는 분투기다.

왜 그렇게 싸워야 할까? 의사가 필요하면 육성하고, 시스템이 없다면 적용하고 개선해 나가면 될텐데. 이국종 교수는 "외상외과 환자들은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들이고, 정책의 스포트라이트는 없는 자들을 비추지 않는다.(p.8)"며 허망하게 날아가버리는 정책들을 언급한다. 또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벌이는 치료들이 보건복지부에서 정하는 기준을 훨씬 초과해 진료비 삭감을 일으키고(돈을 받지 못하게 되고) 결국 병원을 적자로 만들어버리는 문제도 얘기한다. "팀원들과 내가 열심히 일해서 살려낸 환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적자는 정비례해 커진다.(p.146)"며 의료진으로서의 최선과 조직원으로서 병원의 이윤추구라는 두 목적을 달성하는 게 불가능한 구조를 꼬집는다.

환자는 사고 직후 한 시간 이내에 전문 의료진과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와야한다. 이를 두고 '골든아워'라 한다. 먼 거리는 구급차로 이송이 불가하고 러시아워라도 되면 길에 환자들이 묶인다. 그는 해결책으로 헬리콥터를 제시한다. 2011년 아데만 여명작전으로 석해균 선장을, 2017년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를 살려낸다. 덕분에 '닥터헬기' 정책을 도입할 수 있었다. 병원의 누적된 적자와 헬리콥터 소음으로 인한 민원발생으로 오래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포기한걸까?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국가 공공의료망의 굳건한 한 축으로서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그가 버텨주었으면 한다. "주변의 걱정을 모르지 않으나 칼을 들었으므로 끝까지 가보고자 했다(p.11)"는 의지를 끝까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책은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많은 환자들이 침상과 수술방을 거치며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갔을 테다. 이국종 교수 그리고 그와 함께 중증외상센터를 지키고 일궈온 사람들도 그 경계를 넘나들며 지내왔으리라. 중증외상센터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는 구조가 우리나라가 가진 단 하나의 결점은 아닐 것이다. 여론을 의식해 앞뒤가 바뀌는 정책, 수익이 되지 않으면 처분해 버리는 원칙,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현실. 안보고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한 명의 시민으로서 숨이 막혀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국종 교수의 건강은 적신호고 여전히 외상센터는 암흑속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그가 꿋꿋이 버텨줬음 좋겠다. 내가, 내 가족이 언젠가 석해균 선장이 될지 북한군 병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도 존재하는 이국종 교수가 없다면, 응급환자인 나와 내 가족을 치료해줄 사람이 없다면, 처참하고 암담하다. 더 나아가 그가 버티고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 의료계를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바꿔갔음 좋겠다. 감동의 눈물과 처참함의 슬픔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골든아워1>가 그 역할의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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