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출판사 21세기 취직하지 않고 살기 1
시마다 준이치로 지음, 박정소 옮김 / 북콘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출판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엔지니어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마침 ''과 관련한 동호회를 운영하는 분이 괜찮은 출판사라고 소개해 준 곳 이었다. '정말? 출판사?'라는 생각으로 출근한 첫 날, 대표님은 나를 인근 출판사 사장님들께 인사를 시켰고,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와 번역가를 소개시켜주셨다. 그리고 나는 홍보파트 '김팀장'이 되었다. 둘째날, 대표님이 살펴보라고 교정 원고를 주셨고 회사 티테이블에서 임금 협상을 했다. 그리고 셋째날, '내일부터 안나와도 될 것 같다', 권고사직을 경험했다.
 
삼일천하로 끝났던 홍보파트 김팀장 이야기는 지금이야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 내게는 충격이었다. 출판은 나와 맞지 않는 건가,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던가, 이전 회사로 다시 가야 하나. 수많은 번뇌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잠을 자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았다. 시마다 준이치로의 <내일은 출판사>를 읽으며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내일은 출판사>는 시마다가 사촌 ''을 잃은 후 그의 부모님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를 '책'으로 출판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출판업과 책 그리고 그가 사랑한 책방들에 대한 이야기다. 출판업이나 책에 관심없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시마다가 써내려가는 이야기는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했는지' '켄을 그리워하는지'를 절절하게 전달하며 감동을 준다. 그리고 책을 대하는 사마다의 자세는 소중한 것을 대하는, 어떤 것을 애지중지할 때 느껴지는 조심스러움과 같은, 책에 대한 일종의 경배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문장을 읽으면 '아, 이것은!'하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에 있던, 언어화되어 있지 않은 무언가가 여기 이렇게 문장으로
재현되어 있다는 데 전율을 느낀다. (p.87)

 
나도 꼭 이런 마음이었다. 일에 지치고 힘들 때 책을 읽으면 '마치 책이 나를 기다렸던 것 처럼' 내 얘기를 풀어놓은 것 같았다. 복잡한 내 생각들을 꿰뚫어보고 적어놓은 듯 했다.그런 책을 만나고 나면 어둡고 음울했던 마음에 안개가 걷히고 해가 비추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듯 했다. 책을 읽으며 힐링한다고나 할까. 그런 측면에서 ''''에 반했던 것 같다.
 
책은 시마다의 이야기를 줄곧 다룬다. 처음에는 켄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중반에는 시집을 내기까지, 마지막은 주인공이 만들고 싶은 책방 도감을 이야기한다. 특히 세번째 책방 도감 시리즈는 일본 지역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듯한 느낌의 소개글은 책방 주인들의 심성과 그들이 책방을 대하는 마음, 그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일본에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동네 책방들이 많구나 감탄하게 된다. 더불어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는 책방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열의를 품기도 한다. 
    
출판사 권고 사직 후, 나는 정보통신업계로 돌아왔다. 기술을 공부하고 정책 보고서를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하고, 책 쓸 기회를 찾고, 책과 관련된 일을 찾아다니며, 책 만드는 일을 해볼 수 있을까 이곳 저곳 기웃거린다. <내일은 출판사>를 읽으며 그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책은 시마다 준이치로의 에세이다. "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만들고 그것을 독자 한 명 한 명에게 전달하는 것이다.(p.144)" 라고 말하는, 책과 출판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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