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동진, 30대, 영화평론가, 블로그 운영 정도로 알고있었다. 틀린 게 여럿이다. 첫째는 나이요, 둘째는 그의 직업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는 애초부터 영화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건 아니라고 한다. 신문사에서 영화 담당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를 알게 됐다는 것.  또, 그는 어릴 적부터 글을 읽고 쓰는걸 즐겼는데 글쓰기로 인해 엇나간다고 생각한 부모님이 글쓰기를 막기도 했다고 한다. 이동진 작가의 블로그에는 그의 생각, 삶 그리고 영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최악의) 영화' 또는 '별점과 한줄평'은 쉬운 언어를 이용해 압축적으로 영화를 소개하고 있어 거의 중독되어 있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일명 닥끌오재)>는 이동진이 대하는/읽는 책에 대한 책이다.

책은 이동진 작가의 '독서' 관련 이야기를 다룬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책에 대한 작가의 생각, 2부는 씨네21 이다혜 기자와의 문답, 3부는 작가가 추천하는 주제별 도서 500선이다. 가장 이동진을 '이동진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2부다. 

이다혜기자가 '목적 중심적인 독서보다 묻고자 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는 독서'에 대해 묻는다. 이에 대해 작가는 "책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일부가 되도록 끌어안다보면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하게 해준다"며 "답을 주지는 않지만, 일종의 방향성이나 지향성 같은 걸 준다. (p.92)"고 대답하고 이를 책이 갖고 있는 '자기 반영성'이라고 정의한다. 자기반영성(Self-reflexivity)은 자신의 위상에 관심을 두는 태도를 말한다. 보통 책을 읽는 목적은 정보를 얻거나, 위안을 받거나, 문제해결을 위함이 아닐까. 그러나 책이 작가가 가진 지식, 생각, 주관의 결정체라는 걸 볼때 독자의 특정 상황을 적확히 묘사하고 이를 타개/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건 (간혹 있을 수 있지만)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가 글로써 보여주는 생각의 흐름과 이야기를 반면교사 삼아 독자가 스스로에게 대입해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읽고 이를 통해 독자 개개인이 위상을 변형시키고 달라진다는 점에서 이동진 작가의 말에 공감하게된다.

또, 작가는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도서시장에서 최소한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책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p.119)"며 서평가로서의 철학도 보여준다.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본 독자라면 동의할지 모르겠다. 서평은  특정 책에 대해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글 정도로 정의할 수 있는데, 해당 책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하다. 특히, 출판사의 소개글과 달리 책의 장단점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특정 책을 독자에게 읽힐 수도 있지만 반대로 멀어지게 할수도 있다. 그만큼 독자들에 대한 영향력이 크기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덜 받는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아닐까.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와 같은 그 시공간 속에서
일단 습관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최소한의 결정이 남는 시공간을 여집합으로 두는 거죠.
(중략)
우리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이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거예요. (P.142)


이동진 작가는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곧, 실제로 행복한 사람이라며, 그 습관 중의 하나로 책읽기를 권한다. 아마도 자신이 책읽기를 통해 위안 받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어왔고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습관을 만들며, 책에 대해 써온 그다. 영화평론가가 아닌 책읽는 이동진의 남다른 철학과 재미와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책 <닥끌오재>는 책을 어떻게 대할지, 읽을지, 책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한번쯤 고민해본 독자라면 상당부분 공감하며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씨네21의 이다혜 기자라는 사람을 알게돼 이 책이 고맙기도 하다. 2부에서 이동진과 나눈 대담을 보면 책에 대한 남다른 그녀의 공력도 느낄 수 있다. 가을이다.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 수 없어 아쉬운,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이 있어, 행복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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