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1987 - 박종철과 한국 민주화
신성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종철 사건 보도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5공 시절의 의문사 가운데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역사의 흐름으로 보면 민주화는 결국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박종철 사건이 한국의 민주화를 최소한 몇 년은 앞당겼다고 본다.


1987년 1월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으로 불후의 기사를 만들어낸 신성호 기자의 말이다. <특종 1987>의 저자인 그는 1987년 당시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로서, 출입처인 검찰을 돌다가 대검찰청 이홍규 공안 4과장으로부터 "경찰, 큰일 났어."라는 단서를 잡아낸다. 서울대학교 1학년생 박종철 군이 고문으로 사망한 다음날이었다.

1980년대는 그냥 추억팔이로만 넘기기에는 너무도 아프고 슬픈 역사다. 하지만 그런 아픔과 슬픔 속에서도 1987년 마침내 민주화의 꽃은 피어났다. 나는 억압과 슬픔을 딛고 민주화를 이뤄낸 그 뜨거웠던 1987년을 이야기하려 한다. 6월 항쟁 이야기는 이미 여러 책과 논문 등에서 다뤄졌다. 나는 당시 중앙일보 사회부의 법조 출입 기자로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특종으로 세상에 처음 알렸다. 이 책을 통해 박종철 사건과 6월 항쟁 과정에서 언론과 기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민주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를 당시 취재기자의 시각으로 소개하려 한다. (p.9)

책은 신성호 기자의 수첩에 기반해 1987년을 회고한다. 특종의 단서를 그 날은 분 단위로 바뀐 일과를 기록했고, 1987년의 한 해는 박종철-이한열로 이어지는 민주항쟁의 국직한 사건을 단위로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박종철 사건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사적 의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전의 한국 언론은 전두환 정권의 통제 속에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보도지침에 따른 단순 보도가 주를 이뤘지만 박종철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도 탐사보도의 형태가 나타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둘째, 국가 권력의 인권 유린 행위에 지식인들과 시민들이 직접 맞섰다. 과거 국가의 탄압에 '나만 아니면 돼'로 방관했던 국민들이 공권력의 불합리성에 분노하며 인권 문제를 자신의 일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마지막은 박종철 사건이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전의 민주화 운동이 학생 중심이었다면 이후는 시민들을 모두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이런 세 가지 의의를 통해 대한민국은 6.10 항쟁을 거쳐 6.29 선언까지 도달한 것일테다.

저자는 박종철 고문사건을 계기로 변화하는 언론의 모습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이는 자칫 언론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소극적이었던 취재나 보도가 심층적인 르포 형태를 띄게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종철 사건과 유사한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예로 든다. 모두 한 국가의 독재 체제/정권을 탈바꿈 시킨 사건들로 국민들의 열망으로 민주화를 이룬 사건들이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 미국의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재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 : 반유대주의 분위기 하에 프랑스 참모본부에 근무하던 유대인 드레퓌스가 간첩으로 지목당하고 군사법정의 비밀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건 * 튀니지 재스민 혁명 : 만성적인 경기침체를 겪던 튀니지에서 한 청년이 분신자살을 하며 시민들 분노가 극에 달해 시위 및 대통력 퇴진 압박이 거세져 독재정권이 붕괴된 사건

당시를 겪지못한 사람들이 영화 <1987>을 보며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사건의 전말을 깨달았다. 하지만 영화는 모두가 뜨거웠던 한 순간을 집중 조명한다. 사건을 전후한 정치적 맥락과 분위기를 알기에는 스크린이 한없이 부족하다. 이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팩트체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적합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