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해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고 만다. 절망감에 빠져 술만 마시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그저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좌절과 고통을 심리치료로 극복한 후, 자기회복에서 한발짝 나아가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심리상담사로 성장한 '모르 드안'의 글이다.

바스티유의 한 카페, 목요일 저녁 7시가 되면 '아픈'사람들이 모르 드안을 찾아온다. 책에는 저자가 18년동안 카페에서 만난 5만명의 사연에서 걸러낸 심리학적 통찰 28가지가 들어있다. 인생, 일, 결혼, 삶의 자세, 인간관계, 세상, 성장이라는 주제에는 여러 내담자들의 사연이 녹아있다. 파브리스는 4년 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후 자살을 시도했다. 복수심에 불타는 파브리스의 상태를 저자는 '자기애적 분노' 즉,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화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화를 내는 방식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으며 상대방이 아무리 나를 화나게 만들어도 '내가 상대방에게 아무렇게나 화낼 권리는 없다.(p.94)'고 말한다. 그리고 글쓰기 등을 통해 감정과 상황을 객관화하라고 조언한다. 

독자는 책에서 저자의 성찰을 읽을 수 있다. '칭찬'은 상대방에 대한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는 언어전달 행위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구분한다.
 "칭찬은 판단이자 통제 수단이며, 칭찬을 통해 자신의 기대를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p.102)"이라며 라캉의 '인정욕망'을 빌어온다. 인정욕망은 남의 인정을 구하는 욕망으로 사회가 원하는 돈, 성공, 명예, 존경 등을 마치 내가 원래부터 원했던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즉, 칭찬과 인정은 결국 '타인에게 좋아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독자들이 어떤 행위의 근원이 스스로에게 시작된건지 되짚어보게 한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인생, 일, 결혼, 삶의 자세, 인간관계, 세상, 성장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각 챕터는 주제와 관련있는 명언에서 시작해, 내담자의 사례를 들고, 사례에서 등장한 감정을 학문적으로 서술한 후, 저자의 생각으로 마무리 짓는 구조다. 누구나 느껴봤지만 정의내린적도 곰곰히 생각해본 적 없기에 그냥 '느끼고' 스쳤을 감정들이 너무나 덤덤하게 적혀있다. 너무나 일반적이지라서 고민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무수한 감정들을 분리하여 쉬운 언어로 풀이해놓았다. 내게는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는 책을 따라가며 나의 과거 감정들을 조금씩 이해했다. 후배에게 화가난 이유, 대답을 강요하는 메신저 등 불편하고 어려웠던 감정의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다.
작가는 말한다. "세상이 뭐라 하든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아닌 당신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p.11)"라고.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나를 안다고 말하기 전에 내 안의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보자. 그게 진정 스스로 만들어가는 본인의 인생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길일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