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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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초 블로그에 적는 목표 중 빠지지 않는 게 있다. '글쓰기' 언제부터 글쓰기가 러브핸들처럼 내 옆에 붙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는' 영역의 결심 중 하나다. 마치 영어나 운동처럼. 따라서 '1일 1글쓰기', '일주일에 1서평쓰기' 등의 목표를 지나 최근에는 '뭐라도 쓰기'로 결심이 진화했다. 시간과 분량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 편하게 '풀어내고' 싶은 나의 꼼수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아무튼 밥먹고 운동하듯 글도 써야 늘고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해소법이 내게는 '블로그'다. 해우소에 가까운 블로그에는 욕부터 자화자찬의 글까지 다양한 범주의 글들이 실리곤 한다. 이름을 달고 나가는 글이 아니니 부담이 적고, 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아도 되니 꿈틀대는 또 다른 자아들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다.

저자 김민식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공대졸업, 외국계 영업, 통역사를 거쳐 MBC PD가 되었다. 이 마저도 '김장겸은 물러나라'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인생의 반전은 빈틈에서 오는 법. 드라마 연출을 못하는 대신 시간이 생겼다. 이때부터 김민식PD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육아일기, 영어공부법 등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글들을 하나 둘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마침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To be Blogger'의 바이블과 같은 책을 펴 내는 데 이른다. 최근에는 블로그로 입소문이 나 책을 펴내고 강연도 하고 원고청탁도 들어온다고 한다. MBC에서 벌어들이는 월급을 넘어선다고. 매일 아침 6시, 블로그에 무조건 글을 한편씩 올린다는 저자의 요지는 명확하다. "매일 뭐라도 쓰자. 쓰다보면 는다. 너도 할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잠시 기자로 있었다. 단 9개월이었지만 박봉에, 일주일에 하루는 꼬박 (의무적으로)밤을 새야 하는 고된 시간이었다. 대기업의 허영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된 때라 '내가 왜 이고생을?' 자문했고, '청년보수/좌파' 따위로 사람들을 구분짓는 치기어린 때였다. 일주일에 5일은 취재를 했고 동시에 글을 생산해야 했다. 취재가 곧장 기사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으로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매일매일 무언가를 써냈다. 대부분 폐기처분되었지만. 그 9개월 전후로 나의 글 스타일은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어떤 글을 쓰더라도 '매끈하다'고 평을 받는 건 당시의 훈련때문이리라. 하여 저자가 말하는 '뭐라도 쓰자' '쓰다보면 는다'는 말에 나는 공감한다. 뭐라도 쓰다보면 쓸거리가 눈에 보이고 그러다 보면 꽤나 긴 글을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써내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글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요. 머릿속 생각이나 말 한마디는 나를 붙들지 못하지만, 글로 남긴 약속은 인생을 바꾸는 마법의 주문이 됩니다. 세상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라 탓이나 회사 탓, 상사 탓을 하며 술로 분을 삭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래 봤자 내 몸만 축나요.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저는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늘 무엇을 해야 내일은 이렇게 힘들지 않을까? (P.135)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으며 잊었던 꿈이 기억났다. 칼럼니스트. 글을 쓰고 신문 칼럼을 공부했다. 그리고 정보통신분야의 칼럼니스트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그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흔적들이 사라졌지만, 다시금 마음에 불을 지펴본다.  매일 글을 쓰자. 그리고 기사와 칼럼을 읽자. 잘 쓴 글을 공부하고 배우자. 매일 하다보면 어느 순간 되어있겠지. 김민식PD처럼. 글자에 주술적인 힘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오늘부터 글을쓰며 주문을 외워본다. 


<발췌>
남미 여행을 떠났어요. 한 달 동안 파타고니아 산을 오르고 이구아수 폭포를 따라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p.5)
: 삶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까?
 
매일 블로그에 재미난 글을 올리려면, 나의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합니다. 회사가 나에게 일을 주지 않아도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p.7)
 
그냥 혼자 산을 타다 보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지는데요, 이제 블로그에 산행일기를 올립니다. <월간 산>의 프리랜서 기자가 됐다는 기분으로 산을 탑니다. 서울 둘레길을 완주하려고 마음먹었어요. 멋진 풍광이 보이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길마다 하나하나 나름의 평점을 매겨요. (중략) 이제는 혼자 평일에 산타는 백수가 아니라 등산 전문 프리랜서 기자가 된 느낌입니다. (p.8)
: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어떤 목표, 어떤 방향, 어떤 태도.
 
드라마 연출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면 지난 몇 년간 제 삶은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요. 매일 아침 글을 한 편씩 쓰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되새겼어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어요.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그냥 썼습니다. (p.10)
: 해야할 일이 아닌 내 마음이 가장 설레는 일로 시작하는 하루는 정말 멋지다.
 
사람은 성장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습니다. (P.19)
 
자아실현과 표현의 욕구 말이에요. 그걸 채우기 위해 우리는 놀이의 피라미드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서 위로 올라갈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미디어의 소비자에서 헤비 유저로, 다시 생산자로 오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P.21)
 
팟캐스트 <페리스 쇼>를 운영하는 팀 페리스는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을 만나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대가들의 성공 비법을 모아 펴낸 책이 <타이탄의 도구들>입니다. 여기에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자기계발 도구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사업가, 예술가,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좋은 기회입니다. (P.27)
: 나도 항상 이런 주제의 인물탐구를 꿈꾼다. 내가 가슴뛰거나 몰입하는 습관들은 대개, 소위 훌륭하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의 강연을 듣거나 저서를 읽는 등 일대기를 직간접적으로 접할 때다. 하여 누군가를 대면하는 일이 꽤 즐겁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자시절에 이런 기회가 적잖이 있었는데 그 가치를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지난 후에 알게되는 존재인가.
 
사람들에게 놀이를 권하는 이유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든 일이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동기부여입니다. 동기부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P.31)
 
특히 블로그로 노는 사람은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P.36)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내 시간과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하면 할수록 머리와 몸이 단련되고 기술이 늘어나는 일, 이것이 바로 생업이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이토 히로시 저)> (P.37)
 
<행복의 기원>에 보면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아무리 강도 높은 행복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곧 사라집니다. 로또를 맞아도 행복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아요. 한 번 먹으면 포만감이 사라지지 않아 오래도록 행복한 원시인과 배가 불러도 토끼가 눈에 띄면 금세 식욕이 돋아 달려나가는 원시인 중 행복한 삶을 누린 건 전자겠지요. 하지만 생존의 확률이 더 높은 건 후자랍니다. 렇기에 좋은 기분은 금세 사라지는 쪽으로 진화했어요. 오래도록 행복하려면 강한 자극 한 방을 추구하는 것보다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맛보는 편이 낫다고 하는군요. (P.43)
 
사람은 명령이 아니라 꿈에 의해 움직인다. (P.72)
 
성장은 오로지 자신의 책임입니다. 스스로 고민하고 방법을 깨우쳐야 하지요. (P.86)
 
주위를 관찰하고 경험을 수집하는 행위에는 돈 한 푼 안듭니다. 이만한 취미도 없어요. 심지어 글쓰기는 취미인 동시에 공부입니다. 무언가를 공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입니다. 머릿속 생각을 글로 옮기면 정리가 되고 앎이 단단해지거든요. (P.105)
 
무언가를 잘하고 싶을 때, 잘할 수 있는 길은 매일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수다 떨 듯이 글을 씁니다. (P.106)
 
새해 결심의 세가지 조건 : 첫째, 가능한 한 돈을 쓰지 않는 것. 둘째,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 할 수 있는 것. 셋째, 중도 포기하더라도 자책하지 않는 것입니다. (P.111)
 
독창성의 조건 : 1.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져야 하고, 2. 그 스타일을 스스로의 힘으로 버전업할 수 있어야 하고, 3.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스타일이 일반화되고 사람들의 정신에 흡수될 것. (P.119)
 
한 번 반짝 빛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불을 꺼트리지 않고 내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창작자로서 직업을 만드는 길이겠지요. 생각해보면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블로그를 쓸 때도, 반짝이는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끈기입니다. 나라는 사람의 색깔은 한 편의 글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올린 글들을 통해 나의 생각이 드러나고 내 삶의 문양이 더욱 뚜렷해지기를 희망합니다. (P.121)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겁니다. (P.128)
 
글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어요. 머릿속 생각이나 말 한마디는 나를 붙들지 못하지만, 글로 남긴 약속은 인생을 바꾸는 마법의 주문이 됩니다. 세상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라 탓이나 회사 탓, 상사 탓을 하며 술로 분을 삭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래 봤자 내 몸만 축나요.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저는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늘 무엇을 해야 내일은 이렇게 힘들지 않을까? (P.135)
 
알려진 이름만으로 영향력을 독점하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어요. 콘텐츠를 가진 개인이 네트워크만 가진 미디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어요. (P.141)
 
매일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면서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게 과연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글일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습니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끈질기게 매일 올려야 날마다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보는 사람이 늘어야 신이 나서 글도 쓰고, 그래야 결국 글도 는다고 믿거든요. (P.143)
 
꾸준히 즐겁게 하려면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첫 번째 비결은 무언가를 절절히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P.166)
 
나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쓸 때도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내가 맞닥뜨린 위기는 무엇이고, 그에 대응하는 나의 태도는 무엇인가? 블로그를 통해 드러나는 나의 캐릭터는 과연 매력적인가? 나의 꿈을 막는 장애 요소는 무엇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기울이는 노력은 무엇인가? 나의 포스팅에는 나만의 시각이 있는가? 매일 업데이트되는 나의 블로그는 현재 진행형인가? (P.184)
 
먼저 제작사의 예산을 따내야 하고, 얼굴이 알려진 유명 배우도 잡아야 합니다. (P.189)
: 정부 기관의 예산따기가 이 시점에 떠올랐다. 추경, 추경, 추경, 쪽지예산, 내년도 예산확보. .
 
블로그 글쓰기가 쉬워지는 세 가지 요령이 있어요. 이들 하나하나를 모아보세요. 어떤 일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하나, 그 일에 대해 검색이나 독서로 알아낸 정보가 하나, 그 일이 내게 던져준 주제가 하나입니다. (P.192)
 
책 읽기와 글쓰기, 사적인 욕망과 공적인 의무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맛보시길 희망합니다. (P.199)
 
그래서 결심했죠. 남들이 나를 괴롭힐 수는 있어도 적어도 내가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말자. (P.223)
 
안 보이던 꽃이 보이더라.”
블로그도 그래요, 하루하루의 삶을 기록하다 보면 주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내 삶의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해집니다. 여러분께도 감히 권해드립니다. 블로그로 삶의 순간순간을 기록하시길.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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