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채소를 기르기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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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채소농장 - 하루하루가 싱그러워지는
오렌지페이지 출판편집부 지음, 정난진 옮김, 김은경.서명훈 감수 / 팜파스 / 2011년 4월

옥상에 화분을 놓고 채소를 기른 지 꽤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삭막한 아파트 베란다에 생기를 주려고 화분 4개로 장난처럼 시작했던 일이 지금은 제일 즐기는 취미가 됐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이 없어서 화분에다 채소를 기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만 기르고 싶은 작물은 자꾸 늘어나고 화분을 둘 곳은 더 넓힐 수가 없어서 베란다로 눈길이 갑니다. 게다가 옥상에서는 겨울에 채소를 기르기 곤란하지만 베란다에서는 가능하지요. 그렇게 ‘베란다에도 화분을 놓아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 책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그러다가 ‘오렌지페이퍼’가 일본의 정보매거진이라는 걸 알고는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몇 년 전에 일본책을 번역한 채소 관련 책을 몇 권 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작물이 소개돼 있기도 하고, 파종 및 수확시기가 우리나라 기후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별로 문제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란다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은 기후와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아서요.

책을 받자마자 기대를 듬뿍 안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흙 이야기, 해충과 질병 이야기, 공영식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꼼꼼히 읽고 ‘어린잎 채소’와 ‘새싹채소’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삭아삭한 어린잎 채소를 상상하니 얼른 씨를 뿌리고 싶어서 배청채와 상추, 다채, 겨자채 씨를 뿌렸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던 채소를 이용한 요리가 소개돼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베란다 채소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방울토마토입니다. 병충해가 거의 없고 따로 수정을 해 주지 않아도 열매가 잘 열려서 좋습니다. 토마토를 바질이랑 함께 기르면 토마토 맛이 좋아진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도 그 내용이 있더군요. 토마토 화분에서 잘 자란 바질은 스파게티 맛을 돋우는 일등공신입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토마토를 소개해줘서 재밌게 읽었지만 아쉬움도 있습니다. 역시나 구하기 힘든 것들이 많더군요. 요즘 인기가 많은 흑토마토(블랙 토마토)도 소개돼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씨앗이나 모종을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봤지만 아직은 흑토마토 열매만 구할 수 있네요. 내년에는 흑토마토를 꼭 길러보고 싶은데, 많이 아쉽습니다.

책에 오타가 많아서 신뢰도가 좀 떨어지더군요. 22쪽에는 어린잎 채소를 설명하는데 ‘가지과’라고 적혀 있고, 47쪽에는 암꽃을 ‘수꽃술’, 수꽃을 ‘암꽃술’이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58쪽에서 토마토를 반건조해서 보관하는 내용은 좋았지만 마지막 줄에 “밀폐용기에 담아고에 보관하세요.”는 대략난감했습니다. 아마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세요.’라고 알려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오타가 없거나 적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베란다에서 채소를 기르기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한 안내서로 좋은 책인 듯합니다.